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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기용의 집 / 정재권

등록 2012-03-21 19:09

영화 <말하는 건축가>는 건축가 정기용(1945~2011)의 말년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정기용은 어린이를 위해 순천·진해·서귀포 등에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 설계자로 이름이 높다. 영화는 대장암 말기인 그가 건축전시회를 준비하고 자신의 건축물을 돌아보는 1년 남짓한 여정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 담담하게 그의 건축 철학과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건축 역시 돈의 크기가 주된 평가척도인 세상에서, 그는 특별한 세계를 지향했다. 요란함과 웅장함 대신 낮고 아담하지만 사람이 중심이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물을 꿈꿨다. 이런 공공건축의 철학 속에서 전북 무주군 시골마을의 주민자치센터 건물에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한 공중목욕탕이 들어설 수 있었다.

영화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정기용의 집이다. 그 집은 이름난 건축가 하면 으레 상상이 되는 집들과 거리가 멀다. 전용면적이 50㎡(15평) 남짓해 보이는 작은 연립주택이다(그것도 셋집이다). 하지만 그는 해 질 녘 가느다랗게 거실에 들어온 햇살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말한다. “이 집은 경관이 있어 좋아.” <말하는 건축가>는 정기용을 통해 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에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얼마 전 서울시가 정부 재정이 지원되는 국민주택 기준을 지금의 전용면적 85㎡(25.7평)에서 65㎡(19.7평)로 낮추자고 국토해양부에 제안했다. 국민주택 규모를 정한 1970년대 초엔 가구당 인구가 5.09명이었지만 지난해엔 2.78명으로 줄었고, 자기 집을 소유한 사람이 여전히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수도권의 경우, 2010년에 주택보급률은 99.0%인데도 자가점유비율은 46.4%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부는 소득수준이 높아져 큰 평형을 선호하고, 65~85㎡ 크기의 주택 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정기용이 아직 이 세상에 있다면 어떤 의견을 내놨을까.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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