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을 위한 시장’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수학적으로 증명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가 있다. 미국 버클리대의 조지 애컬로프 교수다. 그가 말하는 레몬은 중고차 시장에 나와 있는 결함 많은 차이다.
이 차의 사고 경험이나 품질 결함은 차 주인만이 잘 안다. 주인은 이 차를 멀쩡하게 보이는 상태로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다. 차를 산 사람은 나중에야 속은 것을 알고 다시는 중고차 시장에 발길을 두지 않기로 작정한다. 상대적으로 멀쩡한 중고차는 불이익을 받는다. 주인은 품질에 비해 시세가 너무 낮다고 생각해 시장을 외면한다.
이렇게 해서 결국 시장에는 결함이 많은 중고차만 남게 된다. 시장 자체가 망가지는 것이다. 애컬로프 교수는 시장에서 레몬만 판치게 되는 근본적인 요인을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에서 찾았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이 시장에 미치는 역효과를 예방하거나 해소하려면 시장 참여자들의 주체적인 개선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말로 질 나쁜 상품을 비유하기에는 개살구가 적합하다. 느긋하게 익는 참살구와는 달리 개살구는 지레 터지면서 때깔도 훨씬 고와 보는 이의 군침을 돋운다. 그러나 막상 씹어보면 시고 떫다.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인데, 문제는 겉모양에 속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이 시장을 망치는 이치는 선거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선거판에는 늘 ‘빛 좋은 개살구들’이 설친다. 겉은 번지르르한데 속은 컴컴한 사람들이다. 말 바꾸기보다 더 나쁜,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승리는 부정과 부패, 몰상식과 왜곡이 판치는 세상을 낳는다. 비극적 세상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유권자의 자각과 개선 의지가 발동해야 한다. 빛 좋은 개살구를 걸러낼 줄 아는 지혜와 실천 의지가 절실한 때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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