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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존 에드거 후버 / 함석진

등록 2012-04-04 19:37

“권력은 본디 비열하다. 모든 권력은 살아남으려고 하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체득해온 강력한 무기는 바로 비겁함과 교활함이다.” 엘리아스 카네티가 <군중과 권력>에서 묘사한 권력의 속성은 조폭 세계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배신? 더한 것도 한다. 먼저 치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살기 위해 못할 짓 없다고 한 조인성의 말 그대로다. ‘의리’로 치장해도 고상한 주먹은 없다. 깡패는 깡패일 뿐이다.

역사 장면 어디서도 ‘비열한 권력의 거리 풍경’은 낯설지 않지만, 그 꼭대기 풍경 언저리엔 늘 존 에드거 후버란 인물이 있다. 29살부터 세상을 뜬 77살까지 48년 동안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자리를 지킨 이다. 재임 기간에 대통령 8명이 거쳐 갔다. 그를 쳐내기 위한 시도는 그가 백악관에서 대통령 독대만 하고 나오면 없던 일이 됐다. 트루먼이 자신을 자르려 하자 백악관으로 달려갔다. 손가방 안엔 야당 주요 인사들을 불법도청해 얻은 자료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한 인사의 ‘사생활’ 칸엔 한 여성과 호텔에 들어간 시각, 나온 시각까지 적혀 있었다.

사찰은 언론인, 연예인, 노조 간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았다. 1950년 조지프 매카시 의원이 “미 국무부에 200명 이상의 공산주의자들이 득실대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된 ‘매카시즘 광풍’ 배후에도 그가 있었다. 반핵운동을 포함해 여러 시민운동에 참여했던 아인슈타인은 특히 눈엣가시였다. 후버는 그에게 간첩죄를 씌우기 위해 22년 동안 전화를 도청하고, 우편물을 검열하고 쓰레기통을 뒤졌다.(<아인슈타인 파일>, 프레드 제롬)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 미국 땅에서 쫓겨난 찰리 채플린에 관한 사찰 자료는 1900쪽이 넘었다.

역사에서 못된 것만 배워 따라하는 것도 권력의 속성인가? 이 정권이 만든 비열한 거리 풍경이 스산하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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