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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그중에 최악은 방송이다 / 김진호

등록 2012-04-11 21:15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정치평론 아닌
‘정치평론’들로
가득 채워진
방송이 난무했다
공중파 방송 두 곳이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필경 그런 탓이겠다. 각 당의 정책에 관한 분석과 비판적 논평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은 각 당이 서로에게 뱉어내는 흑색선전과 비방들을 여과 없이 중계해주는 것이다.

이번처럼 선거운동 마지막날까지도 정책적 이슈 없이 트집 잡기로 점철된 선거가 또 있었을까. 사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뚜렷한 논점들이 있었다. 복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에 관해 당면한 어느 주제보다 중요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들은 상호비방거리로만 전락했다. 내 생각에는 새누리당이 벌인 ‘말바꾸기’ 쟁점은 이번 선거 최악의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그 이후 정책에 관한 진지한 논쟁은 실종되었다.

한데 그런 ‘악질’ 선거 전략이 왜 먹혔을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말할 것도 없이 언론이다. 특히 공중파 방송이 원흉이다. 케이블 방송이나 종편 방송, 신문들도 보도 방식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 두 방송은 다른 언론매체들 못지않게 흑색선전과 비방들의 여과 없는 중계에 열중했다. 그리고 정책 토론이나 분석은 어느 매체보다 미미했고, 평소보다도 훨씬 적었다. 이것은 국민들이 선거를 바라보는 프리즘이 되었다.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해서 정상적인 제작이 어려웠다는 것은 변명이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당연히 경영자는 노조와 협상에 임했어야 했다. 하지만 두 방송사 어느 편도 그런 적극적 의지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엠비시의 경우 시청률이 격감하고 비난이 쇄도하는 위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등 해소를 위한 어떠한 가시적인 노력이 엿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서 보도의 노골적인 편파성은 극심했고, 정책에 관한 분석과 비평적 논평을 다룬 제작은 철저히 외면했다.

각 당엔 정책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참모진과 자문단을 총동원하여 몇 달을 밤잠을 설치면서 정책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책을 주목한 국민은 거의 없다. 그냥 거칠게 알고 있는 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화려한 말의 잔치 속에 감춰진 파당적 정책은 아닌지, 의도와는 달리 미처 파악하지 못한 맹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물을 기회는 전혀 없었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그것을 분석하고 비평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전문가들이 방송 매체에서 거의 사라졌다. 어떤 주제든 이른바 방송에 ‘적합한’ 단골 출연자들에 의해 진단된다. 그나마 그이들의 정치평론의 상당수는 상호비방들로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진단하는 ‘경마해설자’ 노릇에 치중하고 있다. 여기에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들이 그 진정성에 대한 의심조차 없이 활용된다. 이번 선거는 이런 식의 정치평론 아닌 ‘정치평론’들로 가득 채워진 방송이 어느 때보다 난무했다.

기획보도도 거의 전무했다. 각 전문가나 기관들한테 정책들에 관한 진단을 의뢰하고, 그 결과들을 가지고 한국 사회의 미래와 이번 선거의 연관성을 해석하려는 것은 시도조차 없었다. 물론 이런 것은 시기와 관계없이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드문 경우에 속한다.

아무튼 그렇게 선거가 끝났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밤잠을 설쳤겠다. 기대할 것을 최소화해야만 참아줄 만한 선거인데도 결과가 궁금하다. 결과가 어떻든, 있으나 마나 했던, 아니 없느니만 못했던, 아니 아니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있어서는 안 되었던 방송들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19대 국회가 할 일의 하나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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