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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국민일보사 회장님께 / 안수찬

등록 2012-04-24 19:37수정 2012-04-24 21:21

안수찬 탐사보도팀 기자
안수찬 탐사보도팀 기자
국민일보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
빈민 헌금으로 일군
그 뿌리를 생각해야
먼저 생일 축하드려요. 1970년 4월26일생인 것으로 알아요. 조민제 회장님이 이 눈부신 계절에 태어날 무렵, 부친 조용기 목사님은 가난한 이의 병을 고치는 기적을 행하셨다지요. 가난한 이들이 떼지어 순복음교회를 찾았지요. “빈민의 헌금으로 천막교회를 세웠다”고 스스로 자랑하시지요. 순복음교회가 <국민일보>를 창간한 것도 빈민의 벗이 되는 귀한 역사를 더 크게 펼치려는 뜻이었겠지요.

1988년 5월과 12월 연이어 태어난 한겨레신문사와 국민일보사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 1987년 6월항쟁 이후 누구나 언론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됐지요. 해직기자들은 6만여 시민이 모은 돈으로 <한겨레>를, 순복음교회는 수많은 빈민의 헌금으로 일군 자산을 출연해 <국민일보>를 창간했지요. 가난한 이들이 돈을 모아 건넨 뜻도 같았겠지요. 소외받는 이를 위한 참언론을 만들어 달라 기도했겠지요.

조 회장님, 지난 23일치 <국민일보>를 읽으셨나요. 검찰이 조 회장님을 횡령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는 <한겨레> 보도가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사실무근의 내용이고, 이를 검찰에 진정한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회사 음해 세력’에 불과한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기사와 사설로 썼지요. <한겨레>가 “이슬람은 집중 홍보하면서 툭하면 (기독)교계를 공격·폄훼”한다고도 썼지요.

<국민일보> 독자들은 기사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네요. 검찰과 한겨레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해하려면 그동안 전개 과정부터 알아야 하는데, <국민일보>는 여태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거든요. 기사를 작성한 ‘특별취재팀’이 사건 전모부터 상세히 보도하는 게 좋지 싶어요.

검찰 기소 여부는 자연스레 밝혀지겠지만, 언론사 회장님에 대한 기사를 <한겨레>가 함부로 쓰지는 않겠지요. 무죄추정 원칙을 지키면서도 주요 공적 인물에 대한 검찰 수사가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도록 기소 이전 단계에서 수사의 주요 대목을 밝혀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또다른 임무이지요. <국민일보>도 그 방식을 따라 여러 보도를 했지요.

<한겨레>가 교회를 폄훼했다는 근거는 2011년 이후 보도된 10여건의 기사이군요. 이 기간에 뜻있는 목회자를 소개한 <한겨레> 기사는 훨씬 많아요. 최근에는 <국민일보> 종교부장·논설위원을 거친 지형은 목사님을 보도했지요.(3월29일치 23면) 예배당을 지어 지역에 봉헌하셨다는 지 목사님은 “한국 교회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이슬람을 홍보했다는 ‘한국의 무슬림’ 기사와 관련해선 외국 사례를 하나 소개할게요. 2006년 미국 <뉴욕 타임스>는 ‘브루클린의 무슬림 지도자’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썼어요. 이를 두고 ‘무슬림 홍보성 보도’라고 다른 언론이 비난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2007년 퓰리처상을 받았지요.

현재 국민일보사 전체 기자 160여명 가운데 145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파업 참가자는 100~110여명이네요. 120여일째 파업중이군요. 요구는 간단해요. 자유롭게 취재·보도하고 싶다는군요. 그들 모두 ‘회사 음해 세력’이라면 국민일보를 이끄는 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면서 하신 말씀이 누가복음(루가의 복음서) 23장에 있지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릅니다.” 조 회장님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젊은 기자들을 무더기로 고소하고,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기사가 지면에 실리도록 방치하는 게, 빈자의 헌금으로 천막교회를 짓던 일의 본심이었나요. 그건 아니겠지요?

안수찬 탐사보도팀 기자 ahn@hani.co.kr, 트위터 @egallia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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