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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집단지성은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 이원재

등록 2012-05-16 19:35수정 2013-05-16 16:32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왁자지껄 모여들어
함께 떠들며 꾼 꿈이
결국엔 세상을 바꾼다
5월 초의 일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트위터(@patriamea)에 짤막한 글을 하나 썼다. “다들 커피 즐기시죠? 공정무역 커피, ‘아름다운 커피’를 강추합니다!” 공정무역 커피란 생산농가에 정당한 대가를 주고 원두를 구매해 만든 커피다. 커피기업들이 지나치게 낮은 단가를 지급해 저개발국 커피농가에서는 어린이들이 학교에도 가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는 게 공정무역 커피다.

그런데 예상하지 않았던 반응이 시작됐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착한 커피전문점’들을 추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용도 공정무역을 넘어섰고,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주노동자와 장애인을 돕는 카페가 소개됐다. 커피 한잔마다 제3세계 어린이의 한끼 식사가 기부되는 카페도 추천됐다. 새터민 청년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소식도 들어왔다. 3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조국 교수 덕에, 트위터는 착한 카페 이야기로 뒤덮였다.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운동가 조양호(@asincho)씨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 착한 카페 지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트위터 메시지는 스쳐 지나가는 정보이지만, 지도로 가공하면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된다. 그는 스스로 코디네이터가 되어, 전국 착한 카페 명단(bit.ly/goodcafe)과 지도(bit.ly/goodcafemap)의 기초작업을 하고 공개했다. 명단에는 누구나 접속해 추가하거나 고칠 수 있게 했다.

며칠 만에 전국 58개의 착한 카페 명단이 만들어졌다. 모두 서로 모르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추천한 곳이다. 예술가들을 돕는 곳,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돕는 곳, 마을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 등 다양한 종류의 카페들이 지도에 표시됐다. 소비자도 사용할 수 있는 지도가 지시나 감독 없이 자발성만으로 만들어졌다. 집단지성의 힘이다.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느낀 또다른 장면이 있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시민단체 ‘더체인지’와 함께 한국 사회 미래 비전을 그리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를 위해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별로 전문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컬로퀴엄을 계속 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실험을 했다. 현장에서는 비공개로 진행하는 이 컬로퀴엄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것이다. 참가한 전문가의 발언 내용을 내보내 대중이 토론하게 했다.

컬로퀴엄 내용은 사실 어렵다. 그것도 서너 시간이나 이어진다. 그래서 많은 접속이 일어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많게는 1000여건의 접속이 일어났다. 의제에 대한 생산적 의견도 종종 나왔다. 딱딱한 정책토론은 전문가들만의 몫이고, 집단지성은 작동하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 통념이다. 이런 통념에 생채기를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대선이 열리는 올해, 한국 사회에는 정책토론이 한창이다. 그 정책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어느 때보다도 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통되느냐가 중요해졌다. ‘어떻게’의 핵심은 지금의 시대정신인 참여와 자발성이다. 밀실에서 만들어져 권위적으로 전달되는 정책과, 대중이 즐겁게 참여해 아래로부터 만들어지고 퍼뜨리는 정책은 같은 내용이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모여서 떠들며 꾼 꿈이 세상을 바꾼다.

물론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착한 카페 지도’는 집단지성의 허브(조국 교수)와 유능한 코디네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누가 우리 시대 정책지식의 허브와 코디네이터가 될 것인가?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트위터 @wonjae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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