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이제 그만 생길 줄 알았다. 3~4년 전부터 서울 가회동과 북촌 일대에 카페가 부쩍 늘더니 1년쯤 전부터 주춤했다. 이미 문을 연 카페도 3~4곳에 하나는 문을 닫는 듯했다. 그렇겠지. 카페 창업 붐이 인 게 언제인데, 과포화 상태가 될 때도 됐지….
그게 아니었다.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던 곳들에 인테리어를 바꾼 새 카페가 들어섰다. 1층짜리가 2층짜리가 된 곳도 있다. 5~6개월 전부턴 또 새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세탁소, 꽃집이 카페에 밀려났다. 10년 된 한복집이 나간 자리에도 카페가 들어선다고 했다. 27년 된 옛날식 슈퍼마켓이 문을 닫고 나간 자리를 차지한 것도 역시 카페였다.
슈퍼마켓, 세탁소, 꽃집, 한복집이 꼭 보존해야 할 명소는 아니다. 북촌엔 잘 지은 한옥, 오래된 교회, 윤보선 생가 같은 볼거리가 많지만 북촌의 매력은 그런 볼거리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서울 시내 어디보다 사람 사는 동네 같아서, 그 동네에 삶과 시간이 머물고 있어서일 거다. 그런 느낌은 슈퍼마켓, 세탁소 같은 ‘볼거리 아닌 것’들이, 볼거리 사이사이에 편안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하지만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 호불호를 말해봤자 소용없다. 또 카페의 급증이 북촌만의 일도 아니다. 홍대 주변은 카페촌이 블록 단위로 확장되고 있고, 부암동 골목길은 가정집이 줄줄이 카페로 바뀌고 있다.
왜 이렇게 카페가 늘까. 북촌의 한 카페 주인의 분석은 이랬다. 땅값이 오르니 임대료를 올려야 하는데 ‘볼거리 아닌 것’들은 그 임대료를 감당치 못한다. 그럼 새로운 가게가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 막 창업하려는 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게 뭐냐. 마침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시작돼 창업희망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을 터. 건물주, 창업자 모두에게 이래저래 카페가 무난하다는 것이다.
그 카페들이 다 장사가 될까. 북촌 주민들의 반응은 비관적인 경우가 많았다. 장사가 안되는 쪽이 더 많다는 거다. 건물주가 슈퍼마켓, 세탁소 등을 쫓아내고 카페를 받았는데 카페도 나가버리면 임대가 안 되니 팔려고 내놓을 수밖에 없다. 좀처럼 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 일대에 그렇게 매물이 나오기 시작해, 한 골목의 양쪽 건물들을 어느 대기업이 다 샀다는 말도 나돈다. 그 말이 맞는다면 카페는 부동산 매매의 촉매제에 불과했다는 건데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어떤 기사는 지난 한해 사이에 커피전문점이 50% 이상 늘어나 이제 카페는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또 어떤 기사는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지난 10년 사이에 1.6배 이상 증가했고 지금도 같은 추세로 늘고 있어 카페는 아직 유망 업종이라고 했다. 카페에 꼭 커피 마시러만 가는 건 아닐 거다. 간단한 식사나 음주를 위해 가는 이도 있을 거고, 글 쓰러 가는 이도 있을 거다. 즉 카페는 음료를 파는 곳이기보다 문화에 가깝다.
문화인만큼 갑자기 카페가 줄지어 들어선 동네 풍경의 변화는, 조개구이 집이 찜닭 집으로 순식간에 바뀌곤 했던 음식점의 변화보다 더 낯설다. 우리의 문화가 이렇게 바뀔 때까지 그걸 몰랐단 말이야? 아울러 문화인만큼 카페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우리의 문화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변한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게 어디 한두개이던가.
임범/대중문화평론가
[화보] 삼촌팬들의 “리얼 대세~”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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