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작년 8월 나는 이 지면에서 ‘66원짜리 노래’라는 글을 통해 한국의 음악 시장에서 창작자들의 경제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은 채 정부와 음원 서비스사들끼리 뚝딱하고 만들어낸 현재의 가격 제도. ‘9900원에 150곡’ 등의 묶음 내려받기(다운로드) 상품으로 인해 디지털 음원에 대해 과도한 할인이 이뤄지고 있고, 이마저도 월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무제한 음악 듣기가 가능한 서비스로 말미암아 실질적인 노래의 가격은 거의 0에 가까워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공인되고 있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한국 음악 시장의 가격 제도 아래서는 창작자들이 아무리 애를 써 봐도 제대로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사실 그 무렵 음악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었고 변화의 조짐도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음원 가격 제도 개선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쟁점은 일정 금액을 내면 해당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정액제의 가격 조정 및 묶음 상품을 통한 할인의 존폐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의를 거쳐 최근 문화부에서 내놓은 결론은 현행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시간 듣기에서 종량제가 도입되긴 하지만 현행 정액제도 유지되기에 실질적으로 종량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고, 묶음 내려받기를 통한 할인 상품도 현행 90%의 할인율에서 70~80% 정도로 인상되는 데 그쳐 곡당 60원꼴에서 120원 안팎까지 올린 상태로 유지된다.
문화부가 내세우는 것은 소비자를 위해 가격 인상의 폭을 최소화하는 한편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의 과정에서 와이엠시에이(YMCA) 등 시민단체는 소비자의 의견 수렴 없이 이용 요금을 2배 이상 인상시키려 한다면서 반발했다. 물론 소비자들 처지에서는 음원 가격을 올리자는 게 탐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나도, 그리고 다른 제작자들과 창작자들도 그 생각에 동의했을 것이다. 만약 해외 서비스에서는 월 7500~1만4000원의 가격을 받는 무제한 실시간 듣기가 한국에서는 4500원이고, 외국에서는 한 곡에 1150원꼴인 음원 내려받기 가격이 한국에서는 120원으로 겨우 10%에 불과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하지만 상황이 이러하기에 이건 탐욕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아무리 팔아도 돈을 못 버는 상황. 내가 몸담고 있는 붕가붕가레코드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 음악 제작사들로부터 아이돌 음악을 제작하는 주류 대형 제작사들이 모두 모여 유례없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문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원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위한 마인드로 접근하겠다.” 논의 과정에서 문화부의 저작권 관련 책임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나도 음악이 공공재였으면 좋겠다. 경제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전에 경제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만들 수 있어야 하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게 정말 공공재라면 나라에서 돈을 달라. 그렇지 않을 거라면, 정액제를 폐지하고 종량제를 도입하여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할 수 있게 해 달라. 음원 가격을 두 배 올린다고? 그렇게 올려봤자 120원이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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