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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꼴통’ 비율 불변의 법칙 / 박권일

등록 2012-06-04 19:17수정 2012-06-05 13:46

박권일 계간 ‘R’ 편집위원
박권일 계간 ‘R’ 편집위원
어떤 정치집단이 라이벌 집단과 구성원 개인의 역량에서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집단끼리의 싸움에서 어이없이 지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왜? 조직 내의 ‘꼴통’들이 중대 국면에서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꼴통이 일으킨 사고는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조직 전체를 패닉 상황으로 몰고 가기 일쑤다. 실패나 패배의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꼴통들이다. 저 꼴통들만 없었다면…. 꼴통 짓을 해도 하필 그때 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러나 문제는 꼴통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지는 조직엔 지도록 만드는 사람들만 모여 있을까? 또는 이기는 조직에는 이기도록 만드는 사람들만 모여 있을까? 어느 정도 상식과 경험이 있는 이라면 백퍼센트 지도록 만드는 사람들로만, 그리고 백퍼센트 이기도록 만드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집단을 비현실적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데 평균적으로는 어떨까? 많은 사람들은 지는 조직에 꼴통의 비율이 높고 이기는 조직에는 그 비율이 낮다고 생각한다. 조직은 개인들로 구성되므로 아무래도 꼴통이 많은 조직은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와닿는 설명이긴 하나 그렇다면 민주통합당보다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꼴통을 보유한 새누리당의 선거 승리를 설명하기가 난감해진다.

민주통합당이 전문가들의 압승 예상에도 불구하고 4·11 총선에서 패한 이유는 뭘까. 혹자는 “‘나는 꼼수다’가 선거 패배의 요인”이라 주장하고, 다른 이는 “그나마 ‘나꼼수’ 덕에 선방한 것”이라 말한다. 둘 다 틀렸다. 선거 국면에서 나꼼수가 민주통합당 득표에 끼친 영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민폐를 끼쳤으되 대란이 되기엔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근본 원인은 무기력한 당내 리더십이었다. 나꼼수까지 포함해 다양한 악재들을 지도부가 통제하지 못하고 끌려다녔기 때문이다. 꼴통이란 결국, 가치나 규칙보다 사익 추구를 최우선시하며 그 과정에서 타인의 관용을 아무렇지 않게 악용하는 자들이다. 이들이 유독 우파에만 많고 좌파에는 적을 리 없으며, 반대로 좌파에만 많고 우파에는 적을 리 없다. 이번에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벌인 패악은 진보에도 꼴통이 있음을 전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진보가 보수보다 더 꼴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꼴통은 진보에도 보수에도 상존하는 일종의 상수라고 봐야 한다.

꼴통 비율 불변의 법칙은 어느 집단이나 일정 비율의 꼴통들이 있다는 법칙이다. 이는 좌우파에 공히 적용되는, 이를테면 ‘조직의 본성’에 가깝다. 무작위로 뽑은 인간집단 어디에나 일정한 무임승차자가 나타난다는 진화심리학의 설명과도 어느 정도 통한다. 엇비슷한 꼴통들을 보유한 조직들 중에서도 어떤 조직은 이기고 어떤 조직은 진다. 이기는 조직이 이길 수 있는 까닭은 중요한 기로에서 꼴통의 ‘발현’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거나,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수습을 잘했기 때문이다. 꼴통이라고 욕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런다고 꼴통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조직이 존재하는 한 일정 비율의 꼴통들도 필연적으로 거기 존재할 것이다. 꼴통은 제거되지 않는다. 다만 제어될 뿐이다. 그 제어 능력이 바로 조직의 역량이다.

박권일 계간 ‘R’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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