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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자유의 적 / 정재권

등록 2012-06-11 19:08

영국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의 명저 <자유론>은 1859년에 나왔다. 이 책에서 밀이 내내 경고한 것은 ‘다수(널리 보급된 여론과 감정)의 횡포’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사법적 제재 이외의 방법으로 지배적 여론과 감정을 강제하고, 그것을 통해 정치적 억압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억압이 행사된다는 것이다.

사법적이든 사회적이든,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소수를 억압한 역사는 뿌리가 깊다. 유럽에선 15~17세기의 마녀사냥이 대표적이다. 마귀와 성교를 했다는 등의 이유로 수십만명의 여성이 처형되고 재산까지 몰수당했다. 가톨릭 이외의 어떤 종교나 사상도 용납하지 않으려 했던 중세 말 근세 초기의 비극이다.

17세기 일본 에도시대에 막부가 마리아상이나 십자가를 새긴 동판 위로 사람들을 지나가게 한 뒤 제대로 밟지 못한 이들을 ‘기리시탄’(기독교인)으로 골라내 처형한 ‘후미에’도 소수 억압의 전형적 사례다. 일본에서 기독교 탄압은 19세기 후반에 가서야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1950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조 매카시가 “국무부에서 일하는 공산당원 205명의 명단이 있다”고 주장하며 시작된 매카시즘 광풍은 이념의 이름으로 자행된 횡포다.

밀은 <자유론>에서 사회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 다수의 횡포에 맞선 자유의 옹호를 역설했다. 그가 첫째로 꼽은 보호 영역은 생각과 의견의 자유다. 자신들의 의견이나 편향성을 타인에게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자유에 대한 적대행위로 봤다.

새누리당 의원들 입에서 “(북한의) 3대 세습 인정 여부 등을 물어 종북 의원을 가려내자”거나 “방북한 임수경 의원은 어떻게 전향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타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검증하려는 다수의 횡포다. 밀이 150여년 전 비판한 ‘자유의 적’들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준동하고 있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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