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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민주당, ‘종북 프레임’ 벗고 ‘민생’부터 챙겨라

등록 2012-06-11 19:10수정 2012-06-12 15:30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야! 한국사회] ‘종북 프레임’과 민주당 / 이철희
가끔 단어 하나에도 편향이 드러난다. 종북이란 단어가 꺼려지는 이유다. 그러나 어쨌든 이 단어를 빼고 현 국면을 서술할 순 없다. 종북을 중심으로 하는 논란, 또는 프레임이 정치를 짓누르고 있다.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우선, 이른바 비박이라고 하는 당내 대선주자들의 문제제기가 한동안 묻혀 버렸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자고 외치던 이들의 주장은 종북 논란에 덮여 부질없는 외침으로 끝나고 말았다. 박근혜 의원이나 친박으로선 적지 않은 소득이다.

또다른 이득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부정부패에서 비롯되는 ‘엠비(MB) 스트레스’에서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이어 비비케이(BBK) 가짜편지, 4대강 비리 등이 속출해도 간간이 언급될 뿐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내곡동 사저 의혹 관련자 7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도 종북 프레임에 편승한 결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연대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것도 종북 프레임의 결과물이다. 지난 총선에서 범보수 대 범진보, 또는 여야 간의 득표율 구도는 호각지세였다. 보수의 경우 말이 범보수일 뿐 사실상 새누리당의 득표율이라 해도 무방하지만, 진보의 경우 민주당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통해 더해진 표 때문에 새누리당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냈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총선에서의 호각세가 보수 우위로 재편돼 버렸다. 연대는 살아 있지만 연대효과는 덧셈이 아니라 뺄셈으로 바뀐 셈이다.

서구의 선거 경험에 기초한 정치학의 연구 성과를 보면, 어떤 이슈가 쟁점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진다. 대개 진보는 사회경제적 이슈에 집중할 때 좋은 결과를 얻는다. 반면 보수는 비경제적 이슈가 부각될 때 이득을 본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경제와 무관한 종북 논란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저지하는 효과를 갖는다. 안 그래도 먹고살기 힘든 형편, 그간의 경제모델이 보여준 빈약한 성과 등의 요인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기 쉬운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 눈감거나 둔감하도록 만드는 계기로서 작용하는 것이 종북 프레임이다.

하지만 세상이 뜻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으랴. 과유불급이라 하듯이, 실제보다 과장해서 득을 보려 하면 역풍이 불기 마련이다. 팍팍하기만 한 삶의 문제를 외면하는 구실로 이용하면 대중은 예민하게 알아챈다. 아니나 다를까 보수나 여당의 호들갑에 대해 앞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국가관을 거론하며 제명 운운하던 박근혜 의원조차도 말을 아끼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야당, 특히 민주당의 역할이다. 종북 프레임에 입각한 공세에 강하게 받아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에 빠져 민주당이 정작 싸워야 할 본령, 즉 민생이나 삶의 문제에 대한 쟁점 형성 및 차별화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사회경제적 이슈를 제기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립각이 선명하게 잡힐 때 비로소 민주당한테 승리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민주당의 새 대표가 기민하게 정국을 ‘종북에서 민생으로’ 전환시키는 정책 리더십을 발휘하면 좋겠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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