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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허울뿐인 종교인 과세? / 김진호

등록 2012-06-13 19:27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 방침을 발표하기 보름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국민의 64.9%가 과세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더 놀라운 사실은 가톨릭 신자와 불교 신자들의 찬성 비율이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으며(각각 71.4%와 69.8%), 반대가 더 많을 것 같았던 개신교 신자도 60.4%나 찬성한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그 며칠 전 목회자의 납세를 위한 연구발표회를 열었고, 각 가맹 교단들에 자발적 납세 선언을 요청하고 있으며, 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심층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같은 복음주의 계열의 기독교단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운동을 펼쳐왔다.

이렇게 정부의 종교인 과세 문제는 일반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개신교를 포함한 각 종교의 신자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이 벌어진 1990년대 초부터 가장 강력한 반대자였던 개신교 목회자들조차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그러니 3월19일 박재완 장관이 종교인 과세 방침을 발표한 것은, 그 의도의 순수성에 의심이 가지만, 사회적 여론을 등에 업고 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진보는 물론이고 보수 언론까지도 과세에 명백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쯤 되면 종교인 과세에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이 개신교 교회들의 거의 절대다수는 재무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종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어떤 방법으로 과세할 것인가? 소득이 면세점 이하인 목회자들은 논외지만, 상위 목회자들로 갈수록 실질소득이 신고소득의 몇배, 아니 몇십배가 될 수도 있다. 판공비, 도서비, 차량운영비, 사택운영비, 자녀 장학금 등도 사실상의 목회자의 수입에 속하며, 일종의 촌지라고 할 수 있는 심방비, 그리고 결혼식·장례식의 집전으로 인한 목회수입, 그밖에 퇴임 때 받는 전별금 등이 과세되지 않을 실질소득에 속할 텐데, 그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특히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실질소득이 얼마나 되는지는 그 교회의 오래된 교인들조차도 가늠할 수 없다.

한데 만약 탈세 의혹이 있을 때 비영리법인인 교회에 대한 재무감사를 국세청은 할 것인가? 국가가 선한 정부라고 가정할 수 없기에 재무감사를 악용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해서 그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의문이 가지만, 필경 대형교회는 그런 재무감사를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실제로는 의혹이 있더라도 자발적으로 신고된 금액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질 것이 예측된다. 재정투명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과세, 특히 과세 대상이 강력한 사회적 권력을 가진 경우 다른 방식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거기에서 어떤 조세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인가? 혹은 교회의 재정투명성을 높이는 데 과세가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 어쩌면 박재완 장관의 종교인 과세 발언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구색만 맞춘 과세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결국 시민사회는 종교인 과세를 통해 또 한번 종교와 정부 모두를 불신하게 될 것이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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