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전 육군 특전사령관이 여군 부사관과 맺은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된 지 얼마 안 되어 최근 현역 육군 장성이 여군 하사를 강제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군을 쳐다보는 국민들의 걱정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가해자가 바로 직속상관이니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 군에선 여성의 비중이 꾸준히 늘어 이미 전체 군 간부 정원의 약 4.1%(2012년 5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데, 국방부는 2016년까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여군 비율을 전체 군 간부의 5.6% 수준까지 늘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더욱이 우리 군은 미군과 달리 여군을 전투병과에 배치하고 있어 야전에서의 여군 대상 성범죄의 위험은 더욱 커지리라는 우려가 많다. 일반적으로 군내 성범죄는 대부분 지위 차이를 주로 이용하여 여군을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데서 발생한다.
국방부가 그동안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앞서 국방부는 국방부훈령으로 ‘성 군기위반 사고 방지에 관한 지침’을 전군에 내려보내, 특히 성 군기위반 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징계, 군인사법에 의한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 등의 방안을 시행해 왔다. 그럼에도 효력 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병영 내 성범죄를 방지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과 공개,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함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또 성추행에 대해 1년 미만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 군형법 조항도 성범죄를 근절하기엔 턱없이 관대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군에서의 가벼운 성추행은 통과의례’라며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기는 고질적인 악습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런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병영 내 성범죄 중 상당수가 침묵 속에 묻히고, 최악의 경우 자살이나 총기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는 엄포성 지시보다는 군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또 최근 들어서는 군대 내에서도 동성애자 인권보호 주장이 거론되는 분위기인 만큼 동성 간의 성 군기위반 사고도 점차 수면 위에 떠오를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군의 경우에는 ‘불관용 원칙’을 성범죄에 대한 군의 기본입장으로 천명하고 이를 어긴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군내 성범죄에 대한 군의 확고한 의지 표명과 기본적인 정책방향의 설정이 필요하다 하겠다.
더욱이 군에서의 성 군기위반 사고는 단지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 전체의 사기와 단결 및 군의 기강을 침해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군의 전투능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사회에서보다 엄격한 수사와 가해자 처벌 강화가 절실하다. 또 군 장병을 대상으로 인권교육과 양성평등교육 등을 꾸준히 실시하여 의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등의 인권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남녀를 불문하고 군인의 인권보호 문제는 이제 어떠한 경우에라도 군조직의 생리와 논리 등 특수성을 앞세워 쉬쉬해서는 안 되는 현안이 되었다. 특히 과거의 병영문화가 폐쇄적인 공간이었다면, 지금의 군대문화는 여러 면에서 열린 공간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간부나 지휘관들도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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