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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진화론과 종교의 공존 / 이근영

등록 2012-06-26 19:16

‘교황청, 진화론 첫 인정’. 1996년 10월26일 <경향신문> 1면 기사는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다윈의 진화론은 가톨릭 교의에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외신들도 ‘교황, 과학적 진화론에 대한 교회의 지지를 승인하다’ ‘교황, 우리의 선조가 원숭이였을지 모른다고 말하다’라며 “교황청이 130여년 만에 진화론을 인정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뉴스원은 요한 바오로 2세가 평신도단체인 교황청 과학아카데미에 보낸 ‘진리는 진리와 모순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이었다.

교황은 성명에서 “관찰에 근거하는 과학은 생명의 다양한 현현(명백함)을 기술하고 측정하는 정밀도를 높여 그것들을 시간축과 상응시킨다. 그러나 영혼으로 이행하는 순간은 이런 종류의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과학과 종교의 관점을 화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진화론과 신앙상 교의의 공존을 인정한 것은 교황 비오 12세가 먼저다. 그는 1950년 ‘후마니 제네리스’(인류)라는 제목의 회칙(회람)에서 인간을 창조해서 영혼을 불어넣은 것이 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가톨릭교도에게 사람의 육체의 진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새삼 주목을 받은 것은 진화론을 가설 이상의 사실로 받아들일 것을 공표해서였다.

미국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는 “과학이라는 그물은 경험적인 영역을 포괄한다. 우주는 무엇으로 이뤄져 있고(사실), 왜 그런 방식으로 운행되는가(이론)라는 주제가 그에 해당한다. 종교의 본질이 담당하는 영역은 도덕적인 의미나 가치에 관계되는 문제다”라며 요한 바오로 2세가 두 영역의 교도권이 중복되지 않음을 선언한 것이라 해석한다.

스스로 불가지론자임을 천명한 굴드가 자신을 진화론 부정의 사례로 인용한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한테 무어라 할지 궁금하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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