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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학교폭력, 언제쯤 사라질까? / 구대선

등록 2012-07-03 19:19

구대선 사회2부 기자
구대선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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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섯달이 흘렀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아파트 7층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아무개(16·당시 중2)군 이야기다.

날마다 두들겨맞으며 돈을 뺏기고, 책까지 뺏기며 당한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같은 또래가 무서워 무릎을 꿇은 채 라디오를 들고 벌을 서면서 느낀 굴욕감은 또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을까?

“사랑하는 가족 때문에 쉽게 죽지도 못한다…제가 없어도 슬퍼하지 말고 부디 행복하게 사세요.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로 끝나는 유서를 읽어보면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권군이 괴로움에 못 견뎌 넉달 동안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릴 때 엄마도, 아빠도, 담임선생님도, 심지어 두살 많은 형도 몰랐다. 지금 되짚어 생각해봐도 안타깝고, 한편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권군이 우리 곁을 떠난 뒤에야 어른들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회의(2011년 12월29일)를 소집한 데 이어 새누리당도 비상대책위원회(2011년 12월30일)를 열었다. 청와대도 뒤질세라 전국 교육감들을 불러모아 대책회의(2012년 1월16일)를 열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학생들은 대책회의를 비웃기나 하듯이 숨져갔다.

대구에서만 여섯달새 9명이 목숨을 끊었다. 대구와 생활권을 함께하는 경북에서도 영주·안동·상주·봉화에서 차례로 학생들이 고층아파트에서 몸을 날렸다. 중학생이 7명이고, 고등학생이 6명이나 숨졌다. 학교폭력에 시달려오다 목숨을 끊은 학생도 있고, 성적이나 가정불화를 이기지 못해 생을 마감한 학생도 더러 있다.

지역교육청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온 마을이 나서서 아이 하나를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며 “학교폭력을 학교에만 맡겨놓지 말고 가정과 지역사회도 나서달라”고 했다. “학생들의 죽음을 왜 교육청에만 책임을 묻느냐”는 푸념으로 들릴 수도 있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학교 현장에서는 ‘위클래스’라는 전문상담실을 앞다퉈 설치하고 전문상담사를 배치하느라 바쁘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초·중·고 전체 학교에 위클래스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심리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상담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나 형제, 담임교사한테도 고민을 털어놓지 않은 학생들이 과연 제 발로 상담사를 찾아갈 것인지 하는 의문이 앞선다. 전문상담사 한명이 1000명이 넘는 학생을 감당해야 할 형편이다. 세심하게 학생들을 살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학생마다 악기를 하나씩 다루고, 그림도 그리면 인성교육이 되리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는 160억원을 들여 폭력 학생들만 입학시키는 인성교육을 전담하는 대안학교를 세운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워놨다. 당장 눈앞에서 학생들이 목숨을 끊는 판에 먼 장래를 보고 인성교육을 펴겠다는 이 교육감의 생각에 갑갑함이 묻어난다.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상담을 하든 인성교육을 하든 일선 학교에서는 결국 담임교사의 몫이다. 담임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가장 많이 만나고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임선생님들은 피곤하다. 한 반에 학생 40명 안팎의 교실, 주 20여시간 수업에다 수많은 공문 처리, 성적 처리, 학생 생활지도, 진학지도에 허리가 휜다고 한다.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만날 틈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교육당국이 내놓은 대책은 피상적이고, 현장을 지키는 담임선생님들은 격무에 시달린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어린 학생들의 희생만 자꾸 늘어간다.

구대선 사회2부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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