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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경제민주화 핵심 정리 / 이원재

등록 2012-07-11 19:16수정 2013-05-16 16:30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여야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를 들고나왔다. 민주통합당이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근혜 의원마저도 대선 출마 선언에서 경제민주화를 가장 앞에 내세웠다. 문재인 의원이나 안철수 원장은 이미 이를 핵심 의제로 제기했었다.

너도나도 이야기하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그러다 보니 엉뚱한 방향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경제민주화는 단순히 재벌을 징벌해야 한다거나, 많이 가진 자의 것을 일단 나눠 먹자는 식으로 회자되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경제민주화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최근 학자들 사이에 뜨거웠던 논쟁을 되짚어 보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비롯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저자들과, 김기원 방송대 교수 등 재벌의 문제점을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학자들이 벌인 논쟁이다.

장하준 그룹은 기업의 사명 문제를 제기한다. 원래 기업은 한 사회의 생산과 1차 분배 기능을 하게 되어 있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서 소비자의 편익을 늘리고, 거기서 생긴 과실을 임금을 통해 분배해야 한다. 그런데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골몰하면서, 고용이나 혁신 등 원래 기능은 오히려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주주의 이익을 늘리느라 오히려 해고를 일삼고, 혁신이 지체되고 있다는 증거를 내세운다. 재벌 해체가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지도 모른다며 우려한다.

한편 재벌개혁 진영이 말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지배구조 문제다. 기업은 원래 사회적 존재다.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노동자·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해 경영해야 한다. 그런데 재벌기업 총수 개인은 작은 지분으로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면서, 본인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구분하지 않으며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는 게 재벌 비판의 요지다. 여기서 출발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 영역을 침범하는 문제도 생겨난다고 한다.

한쪽 이야기로부터 우리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있다는 점을 배운다. 단기적 주주이익에 매몰된 기업들에, 원래 기업의 목적인 고용과 혁신 같은 책임을 일깨우는 게 경제민주화다. 다른 쪽 이야기로부터 우리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기업 지배구조에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한 사람이 폐쇄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며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으로 바꾸는 게 경제민주화다. 기업 이사회 구조의 개혁, 대기업집단 인정과 순환출자 규제 강화, 연기금 사회책임투자, 공시제도 강화 등이 이를 이루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맞는 이야기지만 여전히 허전한 이유는 대안이 부족해서다. 동네 부자가 투자해 운영하는 동네 슈퍼마켓은 대형마트의 대안인가? 중소기업 소유주는 재벌 총수보다 투명한 사회책임경영을 할까? 그렇지 않아 보이니 국민이 혼란스러운 것 아닐까?

사명과 지배구조의 개혁이라는 두 가지 핵심을 반영한 경제조직들이 주목받는 것은 그래서다. 사회적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서, 사회문제 해결을 사명으로 삼는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주주 아닌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조직 운영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들에 대한 관심이 벌써 뜨겁다. 지난주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서울과 전북 완주에서 각각 열었던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관련 포럼에는 매번 500여명이 몰려들었다.

대기업을 구조적으로 개혁해 덜 탐욕스럽고 더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다. 이때 생긴 공간에 처음부터 사회적 사명과 민주적 운영원리를 가진 기업들이 들어서게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결승점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트위터 @wonjae_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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