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제안한 쪽에서는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라 하는데 반대편에서는 서울대 폐지라 한다. 전국 국립대의 입시 전형과 학점, 학위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여 궁극적으로는 평준화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게 통합네트워크 안인데, 그 과정에서 서울대의 학부 강의가 전국 국립대 학생들에게 개방되어 서울대 학적이 별 의미가 없어지기에 서울대 폐지론이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얘기가 꼬이는 데는 제안한 쪽이 스스로 통합네트워크 안이 지방 국립대를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하는 방법이라 주장하는 까닭도 있다. 어찌됐든 자꾸 쟁점은 서울대가 되고 있다.
정말 문제는 서울대일까? 19대 국회의원 중 26%, 행정기관 국장급 이상 1~3급 고위 공무원단 중 29%, 그리고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중 34%가 서울대 출신이다. 정치, 행정,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최고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들 중 대략 3분의 1이 한 대학 출신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 상원의원과 최고경영자의 출신 대학 중 가장 많은 학교의 비중이 대략 1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수치는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편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박은 가능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엘리트 교육 기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똑똑한 사람들을 한데 모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게 더 나은 엘리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고, 그렇게 육성된 이들이 자신의 능력에 걸맞게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것이니 딱히 문제는 아니란 것이다. 결국 쟁점은 수월성을 중시하는 최적화된 교육을 통해 사회를 이끌어나갈 리더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의 존재를 인정하느냐 마느냐다. 사실 지방 국립대의 수준을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평준화시킨다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고려할 때 사탕발림일 뿐이다. 그렇다면 서울대의 하향평준화를 전제로 한 국립대 네트워크의 구축은 엘리트 교육 기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서울대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비록 학벌사회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가 상징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사실 학력에 의한 차별이 더 첨예하게 작동하는 지점은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의 서열화, 더 나아가 대학을 나온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의 차별이다. 서울대를 어떻게 하는 것보다 수도권 바깥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여 사회로 진출할 때 차별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값싼 등록금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대를 빼고 나머지 국립대학에 초점을 맞추자는 김종엽 교수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수준이 아닌 일반적인 수도권 지역 사립대 수준의 상향평준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 학벌사회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대는 문제가 아닌가? ‘공동체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봉사정신과 지도자적 품성을 함양하도록 교육’한다는 헌장에 명시된 문구, 엘리트 교육 기관으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과연 지금의 서울대가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입학하자마자 전공과 무관한 고시에 뛰어드는 서울대생들의 동기가 과연 ‘봉사정신과 지도자적 품성’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왕 특권적인 지위를 인정할 것이라면 그에 합당한 공공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여 애초에 저런 행위 자체가 불가능한 형태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값싼 돈으로 질 높은 교육을 시켜주는 건 단순히 공부 잘해서 시험 성적 좋으니 출세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잘하는 공부를 가지고 나중에 사회에 이바지하라고 그러는 것이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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