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호수 삼은 옛 로마가 부러웠을까. 남중국해를 자국 호수로 만들려는 중국의 만용이 도를 더해간다. 지난 11일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100여㎞ 떨어진 스프래틀리(난사)군도 해역을 군함이 휘젓고 다니다 좌초하더니, 15일엔 취재진까지 탄 30척 어선단을 이 군도 산호초에 풀어 과시성 조업을 벌였다. 지난달엔 군도 4개 섬에 문화유산 보호구역까지 일방적으로 지정했다. 분쟁국 베트남과 필리핀은 일전 불사 태세다. 해역이 화약고로 변할 판이다.
남중국해 175개 섬 중 중국이 점거한 건 6개 암초다. 그런데도 지중해보다 넓은 350만㎢ 해역 전체가 영해라고 강변한다. 수당 이래 내해 격인 ‘창해’(漲海)로 불렀고, 1405~33년 무슬림 환관 정화의 1~7차 남해원정 때 스프래틀리군도를 ‘만리석당’(萬里石塘), 파라셀군도를 ‘천리장사’(千里長沙)로 명명했으며, 북송 때 군도를 순찰했다는 것 등이 근거라고 한다.
남중국해는 고대부터 동서양 종교·문화와 교역품들이 오갔던 문명교류 통로다. 정화의 원정도 영토 정복용이 아니었다. 해금 정책으로 대외 조공무역이 쇠잔해지자 명 영락제의 명으로 200여척 대선단은 동남아·인도·아프리카 각지에 정박한 뒤 사절을 보내어 교역 회복에 힘썼다. 남방 산물들이 사신들과 함께 명에 쏟아져 들어왔고 동서교류가 다시 활기를 띠었다. 동남아·인도 곳곳에 정화를 기린 기념비들이 세워졌고, 현지 정착한 원정대는 화교의 원조가 됐다.
문명교류사가 정수일의 지적처럼, 정화의 원정은 이익과 문화를 나누는 해상교류였다. 남중국해는 서구인들이 침략한 근세 이전까지 로마 사절과 신라 구법승, 탐험가 마르코 폴로가 지나갔고, 청화백자와 로마 공예품들이 흘러간 공생 공영의 터전이었다. 지금 중국은 아량 넘쳤던 옛 조상들의 교류사를 거꾸로 보기만 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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