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한국사회] 국가인권차별조장위원회 / 김진호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6월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인터넷방송국 누리집에 ‘하나님을 섬기는 동성애자 모임’이라는 카페가 개설되었다. 그러나 이 카페는 3일 만에 교회 쪽에 의해 강제 폐쇄되었고, 운영자인 이계덕씨는 글쓰기 자격이 박탈되었다. 이씨는 이것을, 헌법상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7월4일 인권위원회는 이 진정에 대한 결과통보서를 발송했다. 한데 그 답신 내용이 놀랍다. “성경에 동성애를 허용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의견의 다툼이 있어 이에 대한 판단은 기독교 내부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되므로 개별 진정사건으로 조사하기 적절하지 않은 사건에 해당합니다.”

‘창세기’에서 아담이 저질렀다는 첫 번째 범죄에 대한 여성혐오주의가 반영된 성서해석에 따르면 하와의 유혹이 그 원천적 죄의 원인이다. 물론 현대의 성서학계나 신학계에서 이런 주장을 계속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4세기 후반 사람으로 초기 그리스도교 최고의 교부 중 한 사람인 암브로시우스를 비롯해서 고대의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그렇다고 가르쳤다. 심지어는 많은 목회자들이나 근본주의적 신학자들은 지금도 그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위원회는 성서 해석상의 논란이 있으므로 여성혐오주의는 인권위원회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인가?

어느 영역이든 그런 일이 있겠지만 신학계에도 반인권적 신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성서나 교회 전통을 그런 방식으로 해석한다. 동성애자처럼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많지 않은 소수자들은 이런 반인권적 편견들로 인해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갖가지 폭력을 겪어야 한다. 인권은 바로 이런 편견의 피해들로부터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가치이고 법률이다. 또한 인권위원회는 그런 소수자를 보호하고 반인권적 편견의 철회를 제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기구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민간기구나 정부기구에도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고, 심지어는 대통령의 간섭도 받아서는 안 된다.

취임 때부터 갖은 반인권적 발언과 태도로 세간을 당혹하게 했던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무수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연임결정을 코앞에 두고 또 한건 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논란에 관하여 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은 “청소년에게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개진한 바 있으니 놀랄 일은 아니다. 이런 동성애 혐오적 태도를 포함한 그의 갖가지 반인권적 언행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인권차별조장위원회’로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게 이명박 대통령의 취향인가 보다.

한가지 더,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에게 드리는 부탁의 말이다. 교회 누리집에 동성애자 카페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고, 무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어떤 이의 말대로 “그 넓은 (인터넷) 공간 놔두고 굳이 우리 교회에서 그걸 만들어야 했냐”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성애자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은 여성이 남성들에게 성추행이나 성희롱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가치이고, 법률적 정의에 속하는 것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것은 순복음교회에서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서든 동성애자의 권리는 다른 사람의 권리와 똑같이 보호되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자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바로 그것이 인권의 침해다. 부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소수자의 인권이 보호되고 존중되는 신앙의 마당이 되도록 애써주길 부탁드린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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