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미키마우스와 같은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하는 공연을 관람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젊은 지도자가 서방 세계에 대한 태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 미키마우스는 미국 제국주의와 맥도널드처럼 강력한 서구의 침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트 디즈니와 ‘김일성 주석’의 세계는 실은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디즈니 세계는 ‘오락-산업 복합체’가 만들어낸 전체주의적 세계에 매우 가깝다. 설립자인 월트 디즈니는 아주 달콤한 유토피아를 창안했는데, 이는 실제로는 디즈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억압적인 세계다. 디즈니월드는 김정은 제1비서가 스위스에서 교육받으면서 접하게 된 서양식 오락에 대한 기호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북한과 유사성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901년 태어난 월트 디즈니는 만화와 영화, 테마파크 제국을 미국과 전세계에 건설했다. 그는 오늘날 북한 문헌들이 김일성 주석을 묘사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게 디즈니의 자료들에서 묘사되고 있다. 디즈니 웹사이트엔 “100년 전 월트 디즈니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세계가 영원히 바뀌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우리는 이분의 마술적 유산을 위한 특별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디즈니에서 출판된 <월트의 어록>이란 책을 살 수 있다. 디즈니는 생존 당시 브랜드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현장지도’ 방식으로 회사를 엄격히 통제했다. 이런 통제가 있었기에 디즈니가 전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침투할 수 있었다. 디즈니 후계자들은 창업자의 비전을 유지하고자 열성을 다했다.
디즈니는 단순히 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하고자 했다. 나치 독일에 관한 책을 쓴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는 디즈니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분석했다. 그는 디즈니가 모든 전체주의 지도자들처럼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가족의 가치를 설파하는 한편으로 가족 구조를 뒤엎고 어린이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고전적인 전체주의적 기교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디즈니는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타운을 만들기를 원했고, 그래서 플로리다주에 ‘축하’(Celebration)라는 이름의 마을을 실제로 조성했다. 이곳은 1950년대를 묘사하는 디즈니영화 세트장처럼 꾸며졌다. 이 회사는 12월엔 인공눈을 날리며 날씨까지 통제한다. 그러나 이 마을은 실제로는 미국의 나머지 지역처럼 주택 압류율과 자살률이 매우 높고 심지어 살인 같은 범죄도 많이 발생한다.
월트 디즈니의 세계는 북한 정권이 만들고자 열망하는 사회 공학의 일종이다. 북한에도 모든 어린이를 위한 아버지 역할을 하는 창건자가 있다. 후계자들은 그가 세운 통치의 원형을 유지하고자 한다. 북한은 유토피아를 기획했으나 현실은 매우 다르다.
김 제1비서는 북한을 서구식으로 바꾸는 고르바초프 같은 개혁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믿음을 뒷받침할 증거는 매우 미약하다. 김 제1비서의 미키마우스 수용은 북한과 디즈니랜드 사이의 깊은 유사성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들은 모두 일본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김정남은 2001년 위조 여권을 사용해 그곳을 방문하려다 추방당한 바 있다. 이런 방문은 엄격하게 통제된 나라로부터 일시적 도피로 묘사됐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디즈니랜드에서 김 제1비서와 형제들은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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