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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방러단에 군수산업 책임자 대거 포함…‘위험한 거래’ 코앞

등록 2023-09-12 19:39수정 2023-09-13 16:3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러 국경도시인 러시아 하산에서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전용열차로 두만강을 건넌 뒤 하산역에서 내려, 마중나온 코즐로프 장관 등 러시아쪽 인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진은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제공. 하산/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러 국경도시인 러시아 하산에서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전용열차로 두만강을 건넌 뒤 하산역에서 내려, 마중나온 코즐로프 장관 등 러시아쪽 인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진은 러시아 천연자원·환경부 제공. 하산/AFP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기된 두 국가 간 무기 거래 가능성은, 12일 북한 방러단에 군부 실세와 군수산업 책임자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더구나 러시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유엔 제재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국제사회의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과 무기 거래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체제 무력화를 더욱 노골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북한에서 받고, 그 대가로 위성과 핵잠수함 등 첨단군사기술을 북한에 줄 것이란 예상이 계속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고 이날 밝히면서 이곳에서 북·러 정상이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에 맞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 중인 북한에 러시아가 관련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뜻을 과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북·러간 첨단 무기기술 협력을 상징하는 장소인 셈이다.

교도통신은 두 정상이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회담한 뒤 인근의 하바롭스크주 군수산업 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전투기 생산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는 제강, 정유, 조선 등이 발달한 곳으로, 잠수함을 만드는 조선소도 있다. 이곳 방문은 양국 군사협력에 초점을 맞춘 김 위원장 방러 목적과도 부합한다.

이날 사진으로 공개된 북한 방러단 면면을 보면, 포탄-첨단군사기술 맞교환 형식의 북-러 무기 거래 의도가 도드라진다. 박태성 북한 노동당 비서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명식 해군사령관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고 싶은 핵추진잠수함 업무를 맡고 있다. 조춘룡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은 북한이 러시아에 줄 수 있는 재래식 포탄 생산 책임자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고가 아닌 양국의 이익”이라고 강조해, 대놓고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필요하다면 우리는 북한 동지들과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2016년 3월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안보리는 우주발사체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어떤 형태의 대북 기술 협력도 금지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각)에도 북한과의 어떤 무기 거래도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며 이에 따라 필요하면 추가 제재를 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밝혔다. 하지만 크렘린궁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대북 제재를 무시하겠다는 뜻이거나, 향후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는 2016~2017년 핵실험 등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응해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에 중국과 함께 찬성했으나, 이후에는 제재 완화를 주장해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각종 국제제재가 부과하고 있는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금지 의무를 되새겨야 할 것”이라며 “그 어떤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를 포함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은 더더욱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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