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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북-러 무기 거래 논의 마지막 단계”…제재 경고 외 뾰족수 없어

등록 2023-09-12 13:48수정 2023-09-13 14:00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북-러 정상회담을 코 앞에 둔 11일(현지시각) 미국 정부는 양국의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신속히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막판까지 거래를 단념시키려고 노력했다.

정 박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 부대표는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북-러 정상회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여러 종류에 걸친 상당량의 탄약을 제공받는 거래를 마무리짓기 위한 대화의 다음 단계 또는 최종 단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군수산업을 위한 원자재 공급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번 회담의 결과를 면밀히 주시하겠다”며 “우리는 새로운 제재 부과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므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그는 또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해 “국제적 외톨이”가 돼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 푸틴 대통령이 다른 국제적 외톨이인 김 위원장한테 “군사 원조를 구걸”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 역시 “우리가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처럼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으로 무기 거래가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는 공개적 약속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당국자들이 강한 경고를 잇따라 내놓은 것은 북-러 무기 거래 실행이 임박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뒤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한 점으로 미뤄 북-러 정상회담 뒤에도 북한 무기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북한이 제공한 포탄 등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저지에 이용돼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국 쪽 판단이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가 무기 제공 대가로 북한에 핵잠수함이나 미사일 기술을 전수하면 미국을 포함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에는 경고 외에는 북-러의 무기 거래를 차단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한 추가 제재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막힐 수밖에 없어 미국과 동맹국은 독자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미국은 두 나라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어 추가 타격을 입힐 방법을 찾기 어렵다. 미국에 자산이 있거나 미국 쪽과 거래하는 북한의 개인·기관은 이미 대부분 제재를 받고 있어 추가 제재는 상징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동안에도 북·러와 무기 거래에 연루됐다거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북·러에 제재를 가해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북-러 정상회담이 유엔 안보리 차원의 핵 비확산 노력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는 필요하다면 유엔이 부과한 제재에 대해 북한 동지들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핵 개발을 이유로 에너지 공급, 투자, 북한 인력 고용 등에 부과한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기존 제재를 무력화하게 되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적 대응에 큰 구멍이 뚫리게 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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