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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국가의 폭력이 문제다 / 고건혁

등록 2012-08-01 18:57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블랙워터’라는 회사가 있다. 1997년 미국의 기독교 우익 급진주의자에 의해 창립된 이 용병회사는 9·11테러 이후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소위 대테러 전쟁에서 부시 정부로부터 12억달러 규모의 경호계약을 수주하면서 정규군을 대신하여 온갖 피비린내 나는 일을 대행하는 회사로 자리잡았다. 블랙워터 같은 회사를 총칭하여 ‘민간 군사업체’라 한다. 이라크 전쟁 때 참전했던 민간 군사업체는 300여개에, 고용된 인원은 16만명에 이르렀고, 아프가니스탄의 경우에는 전체 주둔 병력의 57%가 민간 군사업체의 인력이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전쟁의 민영화’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의 책임을 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다. 전쟁 수행을 위해 유권자들을 추가로 징집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문제가 생기면 계약을 해지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현지 주민들은 더욱 무책임한 폭력에 노출되게 된다. 어찌됐든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의 통제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는 정규군과 달리 용병단은 민간인의 보호 같은 기본적인 의무감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의 기본은 기업, 이윤 극대화를 위해 가능한 한 예산을 절약하려 하기 때문에 무책임함은 더해진다. 그 극단적인 결과, 꾸준하게 악명을 쌓아오던 블랙워터는 2007년 이라크에서 14명의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하는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대테러 전쟁은 국내 사업장들의 노동쟁의가 되었고 고용주는 국가에서 기업으로 바뀐, 블랙워터의 한국식 판본인 ‘컨택터스’ 같은 이른바 사설 경비업체의 얘기다. 블랙워터가 현지 주민들을 일단 테러리스트로 여기는 태도를 그대로 받아온 듯 노조원들에게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여태까지는 경찰을 동원하여 직접 찍어 눌러야 했던 정부에 과잉진압에 대한 부담을 덜게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비호 아래 용역업체들은 거침없이 커터칼을 휘두르고 곤봉으로 머리를 후려치며 폭력의 양태를 좀더 잔혹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어떤 형태로 행사되든 국가의 폭력은 문제가 있다. 대추리에서 용산으로, 쌍용차로, 강정으로, 지난 정권과 이번 정권에 걸쳐 민주화된 사회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현장들에서 공권력과 함께 폭력을 행사해왔던 용역업체들이 국가를 대신하면 이러한 폭력은 훨씬 더 야만스럽게 변화할 것이다. 더욱이 예전에는 조직폭력배들이 하는 일 정도로 여겨졌던 용역 일이 합법적인 기업의 외피를 쓰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들에게 넘어가면서 가해의 범위는 더욱 광범해지고 있다. 최근의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이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듯 폭력의 현장에서 그것을 휘두르는 이들과 당하는 이들 양자는 모두 희생자일 수밖에 없다.

혹자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극단적인 누군가(빨갱이?)에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철거에 대한 저항이나 노조의 쟁의 모두 결국은 자신의 경제적인 권리에 대한 주장이다. 그리고 권리 표현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라면 이를 폭력으로 억누르는 야만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결국 경제 민주화의 진정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국가가 휘두른 폭력으로 온통 얼룩져 있는 유신 정부를 계승할 모양인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지난 정권 동안의 행실을 돌아봤을 때 민주당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가 직접, 혹은 용역을 내세워서 저지르고 있는 이 야만적인 폭력에 대한 해결 방안이 대선의 핵심 의제로 상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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