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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서울, 세종, 평양 / 김규원

등록 2012-08-05 19:14

김규원 정치부 기자
김규원 정치부 기자
서울과 과천에 있던 중앙 행정부 기관 가운데 국무총리실 등 17개 실·부·처·청·위원회가 오는 9월부터 2014년까지 세종시로 옮겨간다. 그러면 세종·대전권엔 모두 25개의 중앙정부 기관이 배치되고, 서울·과천권엔 17개가 남게 된다. 세종시 시대가 문을 여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을 수도권-지방 사이 균형발전의 ‘방아쇠’로 보고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수도권-지방 간 균형발전이라는 세종시 건설의 애초 목적을 달성하려면 이른 시일 안에 청와대와 나머지 중앙정부 기관을 모두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 ‘행정수도’에서 ‘행정도시’로 격하된 현재 위상으로는 그런 역사적 과업을 실현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차분하게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서울은 과밀을 줄이면서 뉴욕처럼 경제 중심 도시로 발전시키고, 지방은 세종시와 혁신도시로 활력을 불어넣어 재생시키자고 말이다. 물론 청와대와 나머지 행정부를 세종시로 옮기려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주장한 것처럼 중앙정부 기관이 서울과 세종시로 나뉘면서 업무상의 불편과 비효율도 상당히 클 것이다. 대체로 대통령과 외교안보 기관은 서울에 남고, 총리와 경제사회 기관은 세종시로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상의 이원정부제로 운영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그것은 총리가 의회에서 선출돼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가능하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 역시 대통령과 행정부 전체가 세종시로 가는 길밖에 없다.

둘째로 국회 역시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의 3대 권력 가운데 행정부와 입법부는 서로 협의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이를 130㎞나 떨어뜨려 놓은 일은 극히 불합리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의회와 중앙정부 기관은 런던의 화이트홀이라는 한 거리에 모두 모여 있어 서로 걸어서 오갈 수 있다. 미국도 의회와 백악관, 중앙정부 기관들이 대부분 워싱턴디시에 모여 있다. 전세계에서 행정부와 의회를 다른 도시에 둔 나라는 거의 없다. 민주통합당의 주장처럼 국회 분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셋째로는 세종시의 도시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종시는 도심(도시중심)이 없는 극단적인 ‘조닝’(zoning·용도지역제)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행정, 도시행정, 첨단지식, 교육·연구, 의료·복지, 문화·국제교류 등 도시의 핵심 기능을 커다란 고리형 도로를 따라 분산해놓았다. 그러나 도심은 도시의 핵이며 매력의 원천이다. 도시의 핵심 기능을 지역별로 분산해 놓으면 도시는 해체되고 시민들은 점점 더 자동차에 의존하게 된다. 도시의 다양한 기능들이 서로 섞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도심을 조성해야 한다. ‘조닝’은 도심 공동화를 일으킨, 20세기에 가장 재앙적인 도시계획 이론 가운데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통일 뒤의 수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통일 시기에 가서 논의할 문제”라고 회피했다. 그러나 만약 수도권-지방 균형발전 논리를 남북한 전체에 적용하면 통일 뒤의 수도는 세종시가 아니라, 평양이 돼야 논리적으로 맞을 것이다. 아니면 남북통일을 상징할 제3의 장소가 돼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통일 시기에 수도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게 이미 제3청사가 있는 대전에 ‘한시적’ 수도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나 새도시 형태의 세종시가 확정되면서 그런 가능성은 물건너갔다. 다만 세종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통일 수도 문제를 염두에 두고 간소하게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김규원 정치부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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