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세기의 재판’이냐고 묻는다면, 딱히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 굳이 설명하자면, 시대를 바꿀 만한 큰 의미가 있거나 유명인이 관련돼 있어 세계적인 관심을 끄는 재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예로는 2차대전 뒤 독일 나치 전범을 처벌한 뉘른베르크재판과 태평양전쟁의 전범을 심판한 도쿄재판을 들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 재판이나 미국의 오제이 심슨 재판은 후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재판 중 세기의 재판으로 꼽히는 것은 두 건이다. 하나는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의 세번째 부인 장칭이 연루된 1981년의 ‘린뱌오-장칭 반혁명집단’ 재판이다. 중국을 동란 상태로 몰고 간 문화혁명이 76년 마오의 사망과 함께 끝나자, 장칭, 장춘차오, 야오원위안, 왕훙원 등 이른바 문혁 4인방은 ‘국가와 인민에 심각한 재난적 내란을 범한 죄’로 재판에 부쳐졌다. 장칭은 사형 및 집행정지 2년을 선고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91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되어 가택연금 중 자살했다. 문혁의 주범으로서 이미 숨진 마오를 대신해 처벌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는 지난 9일 단 하루의 재판으로 끝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의 재판이다. 공산당 실력자 간의 중앙상무위원 진출을 위한 권력투쟁, 당 상층부의 거대 규모의 부정부패, 외국인 독살 사건 등이 얽히면서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보시라이는 쏙 빠지고 구카이라이만 동업자인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구카이라이에 대한 선고공판에선 장칭 때처럼 사형 및 집행유예 선고 뒤 감형의 전례를 따를 것이란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남편의 죄를 부인이 뒤집어쓰고 끝나는 게 중국판 세기의 재판이란 말이 나올 법하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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