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메달과 꽃다발을 건 선수들이 지붕 없는 자동차를 타고 도심을 지나간다. 고층 빌딩에서는 꽃가루가 떨어지고, 길가의 학생·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고 함성을 지른다. 군사정권 때인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을 태운 차가 광화문과 세종로를 따라 줄지어 움직이고, 대규모로 동원된 시민과 학생이 이들을 열렬하게 환영하는 ‘관제 카퍼레이드’가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정통성이 부족한 정권이 기획한 일종의 환심 사기 쇼였다.
이런 행사는 민주화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가 이명박 정부와 함께 2008 베이징올림픽 때 되돌아왔다. 개별 선수가 아닌 선수단 차원의 대대적인 개선 행사를 한 것은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이래 16년 만의 일이었다. 특히, 선수단 차원의 카퍼레이드는 이때가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복고풍이네, 국가주의의 부활이네 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올해 런던올림픽 뒤 선수단 차원의 카퍼레이드는 없었다. 대신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하는 ‘국민대축제’ 생방송 쇼 형식의 선수단 환영행사가 열렸다.
일본에선 런던올림픽이 끝난 지 무려 일주일 뒤인 지난 20일 도쿄 긴자에서 메달리스트를 위한 카퍼레이드가 열렸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행사에 자그마치 50만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사상 최다 메달인 38개(금 7, 은 14, 동 17)를 딴 것을 기념하고 2020 올림픽 개최를 신청한 도쿄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유가 좀 생뚱맞다. 금메달 기준으론 15개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이 행사를 적극 지원한 사람이 국수주의자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라는 점이다. 어느 나라나 카퍼레이드와 국가주의는 세트로 노는 모양이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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