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1791년 제안한 ‘파놉티콘’은 현대사회의 감시·통제 체제를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다. ‘모두’를 의미하는 ‘판’(pan)과 ‘본다’는 뜻의 ‘옵티콘’(opticon)이 더해진 말로, 벤담이 구상한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감시 효과를 내는 원형감옥이었다. 감옥 중앙에 원형의 높은 감시탑을 세우고, 그곳에서 바깥에 둥글게 만들어진 죄수들의 방을 감시하는 형태다. 벤담은 파놉티콘의 개념이 군대, 학교, 공장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1949년 작 <1984>는 파놉티콘의 세계를 생생하게 형상화한 소설이다. 작품의 무대인 오세아니아를 지배하는 가상 인물 ‘빅브러더’(big brother)는 텔레스크린, 마이크로폰, 사상경찰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세상을 끊임없이 감시한다. 남녀의 사랑 등 사생활은 물론이고 머릿속 생각조차도 감시를 피할 수 없다.
벤담과 오웰의 생각을 빌리면, 현대사회에서 빅브러더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정보 독점과 일상적 감시로 구성원들을 통제하는 ‘권력’들은 사실상 모두 빅브러더다. 영국의 시민단체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이 1998년 빅브러더상을 제정해 사생활을 위협하는 제도나 기관을 경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선 2005년 시민단체들이 3개 부문에 걸쳐 빅브러더상 수상자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가장 끔찍한 프로젝트상’에는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가장 가증스러운 정부상’에는 정보통신부가, ‘가장 탐욕스러운 기업상’에는 삼성에스디아이가 꼽혔다.
<문화방송>이 노조 파업 기간에 보도국 등에 16대의 고성능 시시티브이(CCTV)를 설치해 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만약 올해 빅브러더상이 수여된다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따놓은 당상’ 아닐까.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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