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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문재인의 과제 / 이철희

등록 2012-09-03 19:33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다. 정당을 쇄신하고, 정치를 바꿔라. 그래야 지지하겠다. 이것이 호남의 민심이고, 호남의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후보의 말이다. 그동안 그가 취해온 스탠스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그의 말대로 지금 민심은 민주당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담대하고 혁신적인 변화는 정권교체의 필수조건이다.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이 되레 정권교체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이긴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재선거, 진 선거는 올해 4월의 총선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사상 처음으로 복지이슈(무상급식)를 쟁점으로 만들어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기득권(후보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민주당은 익숙한 것이나 기존의 모습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때 승리할 수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유일한 전략은 통합이었다. 흩어진 세력이 한데 뭉치기만 하면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걸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 통합은 흩어져 있던 친노세력이 다시 하나의 당 안에 결집할 수 있는 계기, 2007년 정권을 빼앗길 때의 그 정치인들이 복귀하는 명분만 부여했을 뿐이다. 게다가 그동안 주도권을 잡고 밀어붙이던 복지 의제마저 실종시켜 버렸다. 인물과 정책 모두에서 혁신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혁신할 때 승리했고, 정체할 때 패배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민주당은 어떠한가? 혁신은커녕 정체를 넘어 퇴행하고 있다.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망치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가물가물하게 만들었다”는 손학규 후보의 지적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친노세력의 존재는 탓할 일이 아니지만 패권주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항간에는 민주당이 경선부정 사태로 최악의 혼란을 겪어 대중적 신뢰를 잃은 통합진보당과 다르지 않다는 조롱마저 나오는 지경이다. 민주당을 빼놓고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지만,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나마 문재인 후보가 위기의 실상을 이해하는 듯해 다행이나, 아직 민주당 지도부는 꿈속을 헤매고 있다.

이제 문재인 후보에게 던져진 첫째 숙제는 민주당의 혁신이다. 그도 이런 흐름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가 민주당을 바꾸겠습니다. 제가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겠습니다. 기득권 정치를 깨겠습니다.”(전북 경선) 인천에서는 자신에 대한 지지를 “민주당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기득권 정치를 바꾸라는 명령”으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기득권을 깨는 민주당의 변화는 무엇일까?

모든 변화는 현실의 앙시앵레짐(구체제)을 혁파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민주당의 변화는 담합으로 만들어진 현 체제, 즉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무능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부터 지지율 하락세를 수수방관했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유효한 쟁점구도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경선 흥행은 고사하고, 공정관리에도 실패했다. 박 대표는 원내 투쟁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비리 의혹으로 오히려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들이 낡은 민주당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박 체제 등장 이후 민주당에는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아니라 명령과 패권의 헤드십, 네 탓의 비난만 난무하고 있다. 뭐 하나 새로운 것이 없다. 문 후보가 ‘어게인 노무현’이 아니라 문재인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르려면 작은 의리를 넘어 국민을 보고 이-박 체제를 해체해야 한다. 문 후보가 지금 보여줄 것은 단호한 혁신의 리더십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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