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신용등급 오르고 성장률 추락 속
한은 금통위 금리인하 여부 주목
신용등급 오르고 성장률 추락 속
한은 금통위 금리인하 여부 주목
지난 6일 늦은 오후.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엔 ‘5분 뒤 긴급 브리핑 개최’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다급히 날아들었다. 이날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A-’로 한 단계 높인다고 전격 발표했다. 피치 쪽은 관례에 따라 해당 사실을 발표 직전에야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 경제의 ‘상품성’이 일본과 중국보다도 더 높게 평가받았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명실공히 경제 선진국으로 인정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같은 날 시곗바늘을 몇 시간 뒤로만 돌려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정반대 장면이 등장한다. 이날 아침 한국은행은 ‘2012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면서 2분기 중 우리 경제가 전 분기에 비해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2분기 성장률은 1분기(0.9%)에 비해 3분의 1토막 난 것은 물론이고, 미국발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본격적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셈이다.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뚜렷하다. 버팀목인 수출부터 심상치 않다. 8월 수출은 429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6.2%나 줄었다. 특히 선박(-34.7%), 자동차(-21.7%), 휴대전화(-34.7%) 등 주력 품목들의 하락폭이 유독 컸다. 증권을 필두로 자동차·정유·화학 업종에선 이미 명예퇴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어 내수 부진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신용등급 상승과 성장률 추락, 높은 상품성과 허약한 기초체력. 언뜻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둘 가운데 과연 우리 경제의 ‘생얼’은 무엇일까? 정답은 ‘둘 다’다. 우선, 경제성장률, 수출증가율, 내수판매 등 곤두박질치는 숫자가 가리키는 건 우리 경제를 가로막은 장애물이다. 수출·내수의 동반부진과 함께 극도로 허약해진 가계부문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나라밖의 신용평가기관은 장애물을 넘어설 가능성, 일종의 해결능력에 좀더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재정건전성이나 대표적 기업들의 높은 경쟁력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이날 하루의 반전드라마는 우리 경제가 지금 장애물을 걷어내고 앞길을 열어젖힐 시간을 벌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게 아닐까? 물론 과제를 푸는 데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힘겨운 과제를 간직한 채, 다음주 우리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일주일을 맞게 됐다. 경제정책의 쌍두마차라 할 재정부와 한은이 ‘동시출격’에 나서기 때문이다. 주초 정부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강도 높은 재정투자 보강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작 깊은 고민에 빠진 건 13일 정례회의를 앞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다. 이번달 금통위 결과가 올해 4분기는 물론 내년 경기전망을 가늠하는 잣대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금융시장에선 지난 7월 한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던 한은이 연내 한두차례 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현지시간으로 12~13일 이틀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조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은에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지를 넓혀주는 요인이다.
다만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금통위 분위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은 자제할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듣기에 따라선 금통위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부정적인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예고대로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버금가는 대책”이 나올 경우, 금통위의 금리인하 카드의 강도는 다소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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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 개시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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