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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인디음악의 가치 / 고건혁

등록 2012-09-12 19:28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8월29일,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음반이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이라는 부제처럼 생존자들이 돌아가시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시간과의 싸움으로 접어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늦으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수많은 여성 음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자선 음반이다. 사실 이 음반에 참여한 음악인들 역시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 더욱이 많이 팔릴수록-또는 많이 수출할수록- 좋다는 게 대중음악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 이 음반의 ‘대중적인 의미’는 미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동세대 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일상적인 폭력에 대한 내용까지 담아낸 이 음반은, 한국의 여성 음악인들이 ‘음악인’으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발언하려는 시도이자 ‘여성’으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히 선언하는 시도로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9월6일, 밴드 ‘아침’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이 나왔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붕가붕가레코드를 통해 4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래 가능성이 있다고 꽤나 주목을 받아온 밴드다. 물론 주목받는다고 해봐야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일 뿐, 역시 대중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이들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극히 경쾌한 리듬과 달콤한 멜로디를 가진 ‘대중성 있을 만한’ 음악을 하는 주제에 가사의 내용은 ‘잘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결국엔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식이다. 무난하고 편안한 것이 대중음악의 미덕,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자아내는 불편함이야말로 이들의 매력이자 존재 의의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 공통점이라고는 거의 없는 이 두 음반을 하나로 묶는 것은 ‘인디음악’이라는 범주다. 그리고 세간의 인식은 ‘안 팔리는 음악=인디음악’이라는 등식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번에 박근혜 후보 진영에서 이른바 비주류 껴안기를 한다면서 ‘인디음악은 2군’이라는 발언이 새어나왔을 때, 일단 분한 마음이 앞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게 인디음악에 대한 대다수의 인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디음악이란, 듣는 이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깜냥에 취해 만들어진 듣기 불편한 음악들. 그리고 인디음악인이란 잘 팔리는 1군이 되지 못한 이들. 결국엔 부활전이 필요한 패배자들.

이러한 인식에 대해서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인디음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이들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것이 잘 안되는 현실에 대해서 열패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디음악을 2군이라 지칭할 수 없는 까닭은 1군이 되기 위해서 하고자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목적의식 때문이다. 많이 들려주고 많이 버는 것은 어디까지나 2차적인 산물일 뿐, 1차적인 목적은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인디음악에 존재 가치가 있다면 <이야기 해주세요>와 같은 사회적인 발언부터 ‘아침’의 2집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표현까지, 잘난 것도 있고 후진 것도 있고 어쨌든 중구난방인 그 모든 음악에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는 깊은 품이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그 품이 좀더 넓어져서 이러한 음악들에 좀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감은 잡히지 않지만.

좀더 본업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칼럼을 이번에 마치기로 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음악을 통해 찾아뵐 수 있기를 바란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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