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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박근혜 폭주 안철수가 막을 수 있을까

등록 2012-09-12 19:34수정 2012-09-13 10:01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무섭다. 박근혜 후보의 말에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신 정권의 사법살인을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했다. 무지에 소신까지 갖췄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주변에도 상식적인 사람들은 있다.

“구제불능인 것 같다. 한계가 드러났다. 나중에 한 재판이 바로 역사의 심판인데 그것도 모르나.”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안 떨어지니 이해가 안 된다.”

그건 그렇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는 정말 견고하다. ‘묻지마 지지’다. 박근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에게 5 대 4 정도로 앞서고 있다. 야권으로서는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격차다. 나이가 많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박근혜 후보를 더 지지한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지지세가 강하고, 직업별로는 농림어업과 자영업, 주부가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지금부터 대선까지 박근혜 후보가 무슨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탄탄한 지지의 기반은 무엇일까?

첫째, 경제난에서 비롯된 박정희 향수일 것이다. ‘박정희 딸’이면 뭔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다. 둘째, 후보의 권력의지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기세다. 유권자는 정치인이 강인한 의지를 보일 때 신뢰를 보낸다.

셋째, ‘영남-보수-기득권-검찰-조중동’이 결합한 카르텔이다.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발언 기사를 보수성향 신문들은 돋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발언 다음날 이 신문 독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박근혜 후보의 대선 전략은 ‘지금 이대로 주욱’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막판에 몬주익 언덕을 질주하던 황영조 선수의 주법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대표선수를 잘 뽑아서 박근혜 후보를 꺾어야 한다. 지지 기반을 무너뜨려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야권의 사정은 복잡하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 여부가 가장 큰 변수인데, 안 원장은 이제 막 뭔가 결심을 마친 것 같다. 방향은 알 수가 없다.

안철수 원장은 ‘대통령병 환자’가 아니다. 불려 나온 사람이다. 따라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야권 지지자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두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첫째, 민주당 후보는 박근혜를 이길 수 없다는 결론, 둘째, 안철수는 박근혜를 이긴다는 확신이다.

그런데 두 가지 조건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상승세를 탔고, 안철수 원장은 박근혜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흐름을 무시하고 출마를 결행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켜 유리한 상황으로 바꾸는 것은 정치인들의 특기다. 안철수 원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어쨌든 안철수 원장이 출마를 선택한다면 몇 가지 깊은 고민을 마쳤다는 얘기가 된다.

첫째, 반드시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는 각오다. 일단 선언부터 해놓고 민주당 후보와 연대해 정권교체에 기여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안철수 원장이 선택하기에 그건 지나치게 공학적이다.

둘째, 야권후보가 되면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지면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몽땅 떠안게 된다. 야당이 그동안 잘못한 몫까지 뒤집어써야 한다. 정당정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은 덤이다.

셋째, 대통령에 당선되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양극화 추세를 반전시키고 중산층을 복원해야 한다.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 지지자들의 실망은 작은 문제다. 정치 혐오증을 넘어 정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라는 재앙을 초래하게 된다.

안철수 원장이 자신의 냉엄한 처지를 충분히 고민했을까? 그랬기를 바란다. 그는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권력의지는 어떨까? 박근혜 후보의 절반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건 없는 것 같다. 안철수 원장은 자신을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한 외유내강형’이라고 했다. 그럴까? ‘알고 보면 나도 독한 사람’ 중에 실제로 독한 사람은 별로 없다. 안철수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까.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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