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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싱아 / 이근영

등록 2012-09-18 19:21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중략) 발그스름한 줄기를 끊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고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에 나오는 ‘싱아’는 우리나라 산과 들판, 자갈밭이나 모래밭에서 흔히 자라는 마디풀과 식물이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호장근’(범싱아뿌리)이라는 이름으로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몰려 있는 피와 응어리를 풀어주고 월경을 잘 통하게 한다. 다쳐 생긴 어혈에 주로 쓰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고 소개돼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이 다년생 한약재에서 추출한 치료물질을 실험쥐들에게 먹인 결과 뚱뚱한 쥐는 50일 만에 몸무게가 84%가 감소했다. 또 10주일 동안 고지방 먹이를 주면서 이 물질을 함께 먹였더니 그렇지 않은 쥐보다 체중이 61% 덜 늘었다. 한의학연구원은 최근 한 제약회사와 5억2000만원을 먼저 받고 매출이 발생하면 3%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분야 비만치료제 관련 선수금으로는 최고 금액이라 한다.

하지만 <동의보감>의 90%가 중국 의서를 인용했다는 중국 주장이 받아들여지고, 나고야 의정서의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 원칙이 적용되면 중국은 상당액의 로열티를 요구할지 모른다. 550여종의 한약재 중 국내에서 재배하는 것은 10%에 지나지 않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한약재 값이 자국 수요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아 국내 가격도 향후 6배에서 18배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마당이어서 한의학계는 전전반측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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