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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진짜 더 센 정치를 위해 / 한귀영

등록 2012-09-23 19:27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술자리, 식탁 등 다양한 자리에서 정치 토크가 피어나고 있다. 화제의 중심은 단연 야권 후보 단일화다. 그런데 단일화만 이루어지면 정권교체가 성사될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안철수로 단일화될 경우엔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고,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경우엔 다소 낮아진다. 하지만 안철수 지지층은 확장성이 큰 대신 정당이라는 울타리가 없기에 이슈에 따라 유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소 불안하다.

여론은 단순 수치보다는 흐름이 중요하다. 문재인은 민주통합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이내로 지지도가 좁혀졌다. 민주통합당 지지도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문재인으로 단일화될 경우 확장성은 약하지만 일단 확보된 지지층은 정당이라는 울타리로 인해 지속적이고 탄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어쨌든 야권으로서는 상승 기류에 올라탄 형국이다. 문재인, 안철수 둘 다 오름세를 타고 있고 또 야권 지지층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의 지지도 상승은 다분히 컨벤션 효과에 기인하고 있다. 컨벤션 효과로 인한 지지도 상승은 대부분 일시적이기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지지도가 빠지기 쉽다. 여기에 후보 단일화 논의의 함정이 있다.

컨벤션 효과에 기대어 후보 단일화만 성사되면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 양 논의가 진행되면 오히려 정권교체 가능성도 낮아진다. 후보 단일화 프레임은 막상 대선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이슈들을 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대중들의 열정, 기대를 후보 단일화라는 특정 이슈로 한정하고 왜곡할 수 있다.

후보 단일화 논의는 멀리는 2002년 대통령선거, 가까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여러차례의 학습효과로 인해 과거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기 어렵다. 결과에만 집착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에도 취약하다. 정작 이번 대선을 여기까지 끌고 온 서민 대중의 고민과 열망이 후보 단일화 프레임에서는 겉돌 수밖에 없다. 결국 먹고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중산층, 정치에 관심 많은 일부 식자층 중심으로 정치가 축소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겨레> 조사를 보면 야권 지지층은 최대로 끌어모아도 51.8% 수준이다. 그런데 야권 지지층은 젊은층이 다수이고 이들은 투표 참여 의향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의 지지도가 그대로 유지되어도 12월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의 구도를 깨고 정치의 외연 확장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만 12월 대선에서 야권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정치의 외연 확장은 야권이 박근혜 지지층의 일부를 끌어온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1997년 디제이피(DJP)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등의 선거연합은 중도 및 보수층의 일부를 끌어오면서 선거에는 승리했을지 모르지만 통치는 성공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개혁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임기 초반 이념성향이 이질적인 지지층으로 인해 정책 추진은 난항을 겪고 통치 기반은 약화, 해체되곤 했다.

이번 대선도 선거연합을 통한 연합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다. 연합정치가 진정한 덧셈정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소외된 정치외부층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직면한 삶의 절박함을 정치의 핵심 과제로 끌어들여야 한다. 대선 90일이 채 남지 않는 현시점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정치에서 소외된 층을 끌어안고 이들의 열정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묻지마 연합’이 아니라 치열한 정책 경쟁이 필요한 시기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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