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대선의 후보 대결을 3자 구도라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1+2’ 구도다. 다자간 지지율 조사에서 박근혜 후보는 여전히 앞서 있다. 야권의 두 후보 간에 약간의 우열이 있긴 하지만 치열한 각축이라고 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그러니 1+2라고 하는 게 흐름과 판세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야권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필수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일화가 아니라 양자 간 경쟁이다. 지난 7월 안철수 후보가 책을 내면서 지지율 구도에 충격을 준 이후 특이한 것은 박근혜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그 피크가 리얼미터의 17~18일 전국 유권자 1500명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 ±2.5%포인트) 결과다.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47.1%로 박 후보(44.0%)를 처음으로 앞섰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동반 상승한 것이 하나의 패턴이라면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양쪽의 지지층이 합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 후보의 지지층과 문 후보의 지지층은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쉽게 합쳐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다. 하지만 두 후보가 박 후보와의 일대일 대결에서 동반 상승했다는 것은 두 지지층이 서로에 대해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둘째는 둘의 경쟁이 양 지지층의 합일에 더해 지지층의 확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자간 단순 지지율에서도 두 후보의 합이 점점 커지고 있다. 출마 선언에서 안 후보는 자신의 책에서 보인 입장에서 볼 때 약간 우클릭하면서 중도보수까지 지지의 대상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이렇게 되면 야권의 두 후보가 담아내는 지지층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다. 잘하면 1+2 구도가 명실공히 3자가 대등한 정립 구도로 바뀔 수도 있다. 이 구도에서는 야권의 경쟁이 대선 판세를 결정짓는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것이다.
안 후보가 중도·무당파를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결속시킴에 따라 사실상 박 후보의 외연 확장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물론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의 담론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으로 중도를 잡으려는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제 박 후보가 쓸 수 있는 전략은 간명하다.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여야 4 대 6의 구도에서 5 대 5로 바꾸는 것이 무망하다면 결국 6의 투표율을 낮추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 아마 치열한 인물검증의 혼탁한 선거판으로 몰아갈 것이다.
야권은 두 후보 간의 재미있는 경쟁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하여 2007년 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 간의 성패가 곧 대통령을 결정하는 무대가 되었던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당시에는 워낙 ‘인위적으로’ 주조된 반노무현 정서 때문에 여야의 승부가 뻔해서 그랬다면, 이번에는 야권 두 후보 간에 재미와 의미를 겸비한 아름다운 경쟁으로 그런 판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누가 후보가 되느냐 하는 네거티브 경쟁이 아니라 누가 되더라도 승리하는 포지티브 경쟁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지티브 경쟁이 되도록 하려면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민주당이 지난 2002년처럼 당이 당내·외의 후보 지지로 대립·분열하는 구태를 보이거나 아예 후보 단일화를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3자 구도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건 안 후보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안 후보 지지층으로 하여금 민주당을 불편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혁신하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도 오를 것이고, 당연히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과 시너지 효과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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