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안철수 후보의 선거사무실인 ‘진심캠프’는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있다. 종각 사거리에서 조계사 맞은편 쪽으로 걸어가면 공평빌딩이 있고 그 건물 5층과 6층을 사용한다.
5층엔 일반인들이 오가며 캠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정책 건의를 받는다. 툭 터진 공간인데다 꼭 필요한 칸막이도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다. 지난해 10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희망캠프’ 분위기와 비슷하다.
후보와 선거참모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은 6층에 있다. 안철수 후보는 일정이 없을 때 이곳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가끔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안철수 후보와 기자들이 마주친다.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며칠 전까지 민주당원이었던 사람들이다. 캠프를 총괄하는 박선숙 전 의원은 4·11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를 지휘했다. 실무자들도 민주당 출신이 많다. 서로 “탈당계 냈느냐”고 자연스럽게 물어볼 정도다. 외곽도 마찬가지다. 정치혁신포럼 대표 김호기 교수는 4·11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이었다.
안철수 후보는 어제부터 2박3일 동안 호남을 방문중이다. 지난 2일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를 방문해 환담했다. 본래 ‘동교동 사람’인 박선숙 전 의원이 먼저 도착해 안철수 후보를 자연스럽게 이희호씨에게 소개했다. 주변 참모들이나 주요 일정을 보면 안철수 후보는 확실히 야권 후보인 것 같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일란성 쌍둥이일까? 아닌 것 같다. 지지자들이 다르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정당정치와 국정경험을 중시한다.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강렬하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야권 지지층의 이런 성향을 매우 잘 알고 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 선거는 어찌보면 늘 삼파전이었다. 새누리당의 전략 참모들은 삼파전의 고수들이다.
추석을 전후해 새누리당의 공격은 안철수 후보에게 집중됐다. 문재인 후보는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검증이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안철수 후보를 감쌌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을 가장 반긴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의 참모들이었다.
“안철수 후보의 장점은 깨끗함, 소통, 나눔 세 가지였다. 그런데 깨끗함과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된다. 확실하다.”
10월5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철수 후보 흠집내기에 나설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적당히’ 방어할 것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이 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내려앉으면 새누리당의 칼끝은 문재인 후보를 향할 것이다.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와 그의 참모들이 즐길 차례다.
양자대결보다는 삼파전이 훨씬 복잡하다. 강자를 꺾기 위해 두 약자가 연합할 수 있다. 그러나 강자의 칼을 이용해 경쟁자인 약자를 베기도 한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는 김대중 후보보다 서로를 더 미워했다. 이회창 후보의 권언유착 의혹을 이인제 후보가 제기했다. 2007년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 자료도 정동영 후보보다는 박근혜 후보 쪽에서 더 많이 나왔다. 지금부터 한달 동안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겪어야 할 상황도 비슷할 수 있다. 부부가 경제적인 이유로 위장이혼을 해도 진짜 이혼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았는데 시대를 꿰뚫는 정책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7년엔 외환위기 극복과 대북 포용정책이 있었다. 2002년엔 수도 이전, 2007년엔 한반도 대운하가 대형 정책 의제였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만 하면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이룬다고 해도 출마하지 않는 후보의 지지자 20~30%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대선은 박근혜 후보가 이긴다. ‘다른 후보’를 찍기 위해 투표장까지 나가려면 확실한 명분과 절박함이 필요하다. 단일화 필승론은 희망을 반영한 허구의 가설일 뿐이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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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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