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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TV토론서 압도하면 미국 대통령 되나

등록 2012-10-05 20:13수정 2012-10-05 21:11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말 잘한다는 오바마 기죽인 롬니
승패 영향 미미해도 주도권 잡아
#“동유럽에 대한 소련의 지배는 없습니다… 폴란드인들은 자신들이 소련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습니다.” 포드는 소련이 독립을 추구하는 동부 유럽인들의 정신을 결코 분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이 말을 했다. 의도와는 다른 말이 나왔고, 선거전에서 그의 미세한 우세는 날아가기 시작했다.(제럴드 포드 공화당 후보 대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의 1976년 대선 두번째 티브이 토론)

#“오늘 토론에 나오려고 며칠 전에 딸 에이미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가 무엇인지 토론했습니다. 에이미는 핵무기 통제라고 했습니다.” 카터는 국정을 13살 난 딸에 자문하는 대통령이 됐다. 레이건은 자신의 주지사 시절 의료보험 정책들을 공격하는 카터에게 “대통령 각하, 또 그 얘기군요”라며 상냥한 매너와 환한 웃음으로 맞받았다. 레이건은 “국민 여러분, 4년 전보다 나아졌습니까”라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지었다.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라는 한국 어느 진보정치인의 유행어는 사실 보수원조 레이건에게 저작권이 있었다. 레이건 선거전은 이 토론 이후 카터에 크게 앞서갔다.(지미 카터 대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1980년 대선 첫번째 토론)

#“내가 평생 사형제를 반대했다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듀카키스는 자기 부인이 성폭행 뒤 살해당해도 그 살인자의 사형을 반대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지지율은 하룻밤 사이에 49%에서 42%로 빠졌다.(아버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 대 마이클 듀카키스 민주당 후보의 1988년 대선 첫번째 토론)

#고어는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부시의 말에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짓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고어가 부시를 조롱하고 있다고 느꼈다. 반면 부시는 어눌하지만 소박해 보였고 생각보다는 말을 곧잘 했다.(앨 고어 민주당 후보 대 아들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2000년 대선 첫번째 토론)

1960년 존 케네디 대 리처드 닉슨의 첫 대선 후보자 티브이 토론 뒤 1976년부터 정례화된 미국 대선 후보자 토론에는 몇가지 법칙이 있다.

첫째, 식견 넓고 말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후보가 오히려 불리하다. 그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말 잘하는 후보가 토론회에서 패배하지 않은 것은 빌 클린턴 정도였다.

둘째, 토론 내용보다는 이미지가 승패를 좌우한다. 케네디 대 닉슨 토론회에서 라디오 ‘청취자’들은 닉슨이 이겼다고 생각했으나, 티브이 ‘시청자’들은 케네디에게 더 호감을 보였다. 닉슨은 첫 토론회에서 긴장하고 지친 듯한 모습이었고, 케네디는 생기 있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실제로 닉슨은 그때 무릎을 다쳐 거동이 불편했다. 닉슨은 그 후 3차례 토론에서 활기차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압도했으나, 첫 토론회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젊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피곤해 보였고, 늙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활기차 보였다. 오바마는 수세적이었고, 롬니는 공세적이었다. 오바마는 가치를 따지려고 했고, 롬니는 사실을 들이밀었다. 3일(현지시각) 벌어진 이번 미국 대선의 첫 토론회는 롬니의 압승으로 평가된다. 말 잘한다는 오바마는 본전도 못 건졌고, 롬니는 이미지에서 앞섰다.

열세이던 롬니가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인가? 미국 대선에서 후보자 토론은 최대 이벤트이나, 사실 승패를 결정지은 사례는 드물다. 토론회에 상관없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던 후보가 결국 선거에서 이겼다. 2004년 선거에서 존 케리는 부시를 토론회에서 두번이나 이겼으나,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첫 토론회 직후 지지율이 오른 도전 후보가 투표 당일까지 상승세를 유지한 경우는 없었다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토론회 자체보다는 거기에서 보인 두 후보의 포지션이 더 문제다. 롬니는 오바마의 국정을 평가하는 입장으로 올라섰고, 오바마는 변명하는 처지가 됐다.

롬니를 조롱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패러디 동영상에서는 롬니가 돈 많고 멍청한 중년 여성을 백댄서로 하고 “우우~웰시(부자) 레이디”라며 말춤을 춘다. 폭발적 조회수를 보이는 이 동영상의 프레임 같은 것을 실제 선거전에서 오바마가 주도하지 못하면, 그의 선거전도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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