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프로이센, 독도, 센카쿠 / 김규원

등록 2012-10-07 19:23

김규원 정치부 기자
김규원 정치부 기자
독일은 1871년 프로이센의 총리 오토 폰 비스마르크의 주도로 통일됐다. 독일 북동부의 작은 나라 프로이센은 베를린이 위치한 브란덴부르크와의 통합으로 독일 통일의 밑불을 지폈고, 비스마르크라는 강력한 지도자를 앞세워 통일의 위업을 완성했다.

그런데 이 프로이센은 현재 독일의 영토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프로이센 전체가 현재 폴란드와 러시아의 영토에 속해 있다. 어찌된 일일까? 1871년 통일 당시 비스마르크는 프로이센과 브란덴부르크를 비롯해 54만㎢의 영토를 확보했으나, 그의 후계자들은 전쟁을 벌여 그 영토 가운데 18만㎢를 잃었다. 여기에 프로이센이 포함됐다.

특히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1차 대전 때 빌헬름 2세가 잃은 비스마르크 시대의 독일 영토를 되찾고, 비스마르크의 통일 때 포함되지 않았던 오스트리아까지 통합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세계를 정복하려던 히틀러의 망상은 5000만명이 숨지는 인류 최대의 비극으로 끝났다.

2차 대전 뒤 전승국인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는 전쟁 전 독일의 영토 가운데 프로이센과 슐레지엔, 포젠 전체, 포메른 대부분, 브란덴부르크 일부를 폴란드와 러시아에 넘겨줬다. 남한 영토보다 더 넓은 11만㎢였다. 독일인과 폴란드인이 섞여 살던 독일 동부를 폴란드가 갖는 대신, 폴란드인과 러시아계가 섞여 살던 폴란드 동부를 소련이 차지했다. 소련은 부동항 쾨니히스베르크가 포함된 프로이센 북부까지 차지했다.

그런데 독일과 함께 2차 대전의 양대 전쟁범죄 국가인 일본의 경우는 달랐다. 영토가 온전히 지켜졌고, 미군이 점령했던 오키나와도 1972년 반환받았다. 이제 일본은 오히려 1905년 강탈한 독도를 내놓으라고 한국에 큰소리를 치고 있다. 또 1978년 중-일 우호조약 때 덩샤오핑과 묵시적으로 ‘현상 유지’를 합의한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도 국유화하려 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첫째, 전후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 미국은 전쟁을 끝낸 뒤 단독으로 일본을 점령해 처음엔 군부·재벌 해체, 전쟁 책임자 공직 추방 등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1949년 중국의 공산화와 1950년 6·25전쟁을 겪으면서 정책을 바꿨다. 소련에 맞서기 위해 요시다 시게루, 기시 노부스케 등 전범급 제국주의자들을 다시 등용했고, 재벌을 부활시켰으며, 좌익을 배제했다. 이른바 ‘역코스’였다. 일본은 너무 쉽게 사면장을 받았다.

둘째, 1945년 8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 태평양전쟁을 너무 빨리 끝냄으로써 주변 나라들이 대일본 전쟁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미국이 핵무기를 쓰지 않았다면 소련과 중국, 어쩌면 한국까지도 전승국이 돼 전후 처리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독일은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가 공동 점령함으로써 전후 처리에서 주변 나라들의 의사가 적절히 반영될 수 있었다. 독일에서처럼 일본에서도 전쟁 책임자들을 끝까지 처벌·배제하고, 국토를 분할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래도 일본이 제국주의의 피해자이면서도 전후에 나라가 분할되고 영토(간도)까지 빼앗긴 한국에 독도를 내놓으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을까? 사실 이런 고통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일본이 겪었어야 하는 일이다.

2차 대전의 죗값으로 분단된 독일은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에 가서 피해자들의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스스로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고, 법률로 나치즘을 금지하고 있다. 심지어 1990년 11월 재통일한 독일은 헌법을 개정하고 폴란드와 조약을 맺어, 프로이센을 포함해 2차 대전으로 잃은 옛 영토를 모두 포기했다. 독일이 거저 유럽연합의 리더가 된 것이 아니다.

김규원 정치부 기자 ch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귀순 북한군 병사 “소대장·분대장 쏴 죽였다”
불산 피해 주민들’ 결국 마을 떠났다
안철수의 자본주의, 성분을 뜯어보다
목 조르려 줄 매듭 푸는 동안 처는 구경만 했나?
박민규, 책상 두 개를 오고가며 소설 두 편!
수달아, 어젯밤에도 ‘월북’을 시도했니?
[화보] 수험번호 1219, 문재인을 면접하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