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경남대 정치사회학 교수
국가운영의 책임을 맡은 세력의 국가운영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국정에 임하는 태도는 국익과 직결된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를 지낸 인사들이 보이는 행동을 보면 국가운영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국가안보를 다루고 상대방이 있게 마련인 외교안보 분야의 비서들이 보이는 행동은 국정운영의 기본이 결여된 정도를 넘어 국기문란 수준에 이르렀다.
정상회담은 최고 통치자들 간의 대화이므로 상징적 의미가 엄청나고 실제 효과도 막대하다. 정상회담은 비밀주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고, 대화록은 국가기록물에 관한 법에 따라 관리되어야 한다. 분단과 동맹을 동시에 안고 있는 한국 대통령이 행한 남북 정상회담이나 한-미 정상회담 기록물은 더욱더 각별하게 관리되어야 마땅하다.
지난 8일 통일부 국감장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뜬금없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에 노무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2009년 초부터 2년간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비서관을 지낸 사람이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청와대 근무 기간에 회담 대화록을 보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만약 그렇다면 자신이 보좌한 대통령이 아직 임기중인데 전직 비서로서 있을 수 없는 처신이다. 정상회담 대화록은 1급 비밀이고, 허가를 받아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따라서 외교의 기초도 없고 국정의 기본을 허무는 언동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간 우리 대통령의 발언을 마구 공개해도 된다는 주장이 성립한다. 그리고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건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북쪽이 무슨 신뢰감을 갖고 정상회담에 응할 것이며, 어떤 대통령이 소신을 갖고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는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 ‘책사’로 불리며 주요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했다는 대외전략비서의 최근 행동이다. 그는 지난주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한-미 미사일협정에 관한 협상 내용을 낱낱이 밝혔다. 우방국인 미국의 대사, 군사령관, 백악관 고위인사의 이름을 마구잡이로 거명하였다. 누가 반대하고 누가 협조적이었나를 밝히고 있다. ‘위키리크스’에서나 접할 기밀들을 불과 몇달 전 청와대 비서를 지낸 사람이 공개해 일간지에 버젓이 실려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해당되는 내용들을 상세하게 공개하였다. 국기문란에 해당된다. 미국 정부와 북한, 중국이 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기관이다. 국정조사도 그런 역할의 일부다. 새누리당은 정 의원의 발언을 근거로 ‘대북게이트’ 운운하며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고 막무가내식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집권당으로서 정녕 정권 재창출을 원한다면 우선 대통령 비서들의 국기문란 행위에 대한 국정조사부터 먼저 해야 순서에 맞다. 아니라면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지낸 야당 후보에 대한 정치적 공세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모성 구태정치를 끝내기 위해 정 의원은 대화록을 열람한 경위를 밝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 의원과 문제의 대외전략비서를 우선 국정조사해야 앞뒤가 맞지 않을까?
이수훈 경남대 정치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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