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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계약직 공무원의 신세 / 윤지영

등록 2012-10-15 19:24

윤지영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변호사
윤지영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변호사
지난주 금요일치 어느 일간지에 ‘“성상납하면 정규직”, 여성 비정규직 울린 남성공무원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구청 공무원들이 계약직, 즉 비정규직 공무원인 주차단속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며 성상납과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진정 내용이 사실인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 기사를 읽으며 두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 주차단속원은 왜 비정규직인가, 둘째, 비정규직 공무원을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누구의 권한인가.

노동력 외에 이렇다 할 생계수단이 없는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활에 절대적인 조건이다. 따라서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비정규직은 예외적인 일자리이기 때문에 사업 기간이 특정되어 있거나 업무에 일시적으로 공백이 생긴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말인즉 상시적 업무에 비정규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상시적 업무에 기간을 특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노동자를 분열하는 수단으로 비정규직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규직 공무원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대거 전환했다. 그 대상은 주로 하위직, 단순노무, 용역 공무원이었다. 청소, 시설 관리, 운전처럼 상시적인 업무인데도 주로 부수적인 업무로 인식되어온 영역에서 비정규직화가 진행되었다. 이에 맞춰 관련 법령도 개정되었다. 원래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계약직 공무원을 “일정한 기간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특수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 정의하였으나 아이엠에프 사태 직후 여기에 “임용에 신축성 등이 요구되는 업무에 일정 기간 종사하는 공무원”이 추가되었다. 상시적인 업무에도 마음대로 계약직 공무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원래 기능직 공무원이었던 주차단속원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데는 이런 사정이 있다.

그나마 일반 비정규직 노동자는 2년 이상 일을 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간주된다. 공무원 역시 일하는 대가로 얻는 수입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 다를 바 없으며 헌법 역시 공무원이 노동자임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공무원도 정규직 공무원으로 전환되어야 맞다. 그러나 대통령령인 ‘계약직 공무원 규정’은 5년짜리 계약직 공무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계약직 공무원이 5년 넘게 일한 경우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결국 비정규직 공무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법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며 예외적으로 인사권자의 시혜에 따라 특별히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기사에 언급된 사례가 아니더라도 계약직 공무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성상납이나 금품 요구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기사가 나오기 전날 서울행정법원은 계약직 공무원에 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1986년 무렵 국가정보원에 행정보조업무 기능직 공무원으로 채용되었던 원고들은 1999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2010년까지 10년 넘게 계약직 공무원으로 지내왔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계약직 공무원에게는 2년 이상 일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는 기간제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며 원고들에게는 정규직 전환의 기대 가능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25년 가까이 일했는데도 계약직 공무원이라니,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윤지영 공익변호사그룹 공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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