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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대선 후보에게 보안법을 묻는다 / 김보근

등록 2012-10-17 19:19수정 2013-05-16 16:28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약속한 듯 말이 없다. 주요 대선 후보의 국가보안법(보안법) 관련 공약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후보들의 발언 진위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보안법에 대한 시각이 때때로 후보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잃어버린 고리’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1%의 장점도 없는 것일까?’ 문재인 후보가 ‘남북경제연합’ 공약을 발표할 때 든 생각이다. 문 후보는 남북경제연합을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찾고 북한을 잘살게 하면서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북한에 그대로 이식하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것만으론 완전하지 않을 것이다.

남북이 연합해 새로운 동력을 만들려면 중국 등지에 대한 투자와 달리 북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북한 경제에서 남한 경제보다 좋은 것, 1%가 될지 2%가 될지 몰라도 그 가능성을 적극 찾으려 할 때 남북경제연합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안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의 장점’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보안법과 공존하는 남북경제연합의 성공 확률이 얼마인지 궁금해진다.

‘안철수 후보의 진심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비켜가는가?’ 안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라며 ‘진심의 정치’를 강조했다. 또 기성 정당들을 ‘낡은 정치’라고 비판하며 ‘새 정치’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새 정치의 내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10분의 1로 줄이고 청와대를 이전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놓았지만, 그것을 새 정치의 본질이라고 보기 어렵다. 안 후보가 ‘진심’을 담아야 할 새 정치는 이런 ‘제도’보다는 좀더 근본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기대가 높다. ‘인간이 존중받는 정치의 실현’도 한 사례가 될 것이다.

그 ‘인간 존중’의 핵심이 바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 할 때, 낡은 정치의 굳건한 기둥이기도 한 보안법이 ‘새 정치’와 함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 후보가 보안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때, 안철수의 새 정치도 결국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 어딘가에 있는 ‘낡은 정치’ 아니냐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게 될지 모른다.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사과는 진심일까?’ 박 후보는 지난 15일, 1979년 10월에 일어난 부마항쟁 진압에 관해 유가족에게 위로를 표시했다. 박 후보는 지난 9월24일에도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으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유신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의 사과가 진심이라면 과거의 피해자 못지않게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금 이 시간’ 보안법에 의해 부당하게 양산되는 인권 피해자들이다. 지난 11일 국가보안법긴급대응모임 등은 “2006년 35명이던 보안법 검거 인원이 2010년 151명으로 늘었지만 정작 기소율은 90%대에서 40%대로 뚝 떨어졌다”며 이명박 정부하의 무리한 법 집행을 비판한 바 있다. 박근혜 후보가 보안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가 진실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이 보안법에 대한 진솔한 정책을 내놓을 때 그들의 진정성을 평가할 것이다. 보안법 강화를 높이 외치면 국가 안위가 강화된다고 믿는 ‘순진한 유권자’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노크 귀순’을 보라. 종북주의 운운하며 많은 국민을 보안법 적용 대상쯤으로 몰던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가 사실은 진짜 보안사범 아닌가.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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