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한 장의 다큐
카메라를 머리맡에 두고 자던 스무살 무렵, 어차피 가야 할 군대라면 최전방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자원한 종군기자처럼 입대가 설레었다. 1989년, 바라던 대로 최전방에 배치되었으나 쉽게 카메라를 손에 쥘 수는 없었다. 찍고 싶은 것이 생기면 한쪽 눈을 깜박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상병이 될 때까지는 그렇게 눈으로 사진을 찍고 그 이후 카메라로 찍은 필름 몇통을 비닐에 싸 땅에 묻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군인이 찍은 군인들의 사진은 20여년이 지나서야 봉인 풀린 타임캡슐처럼 세상 밖으로 나왔다. 10월28일까지 갤러리 류가헌(02-720-2010)에서 <군용>이라는 제목의 사진전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1991년. 강원도 화천.
이한구/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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