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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세 가지 불가 테제 / 이철희

등록 2012-10-22 19:30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저희들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물러납니다.” 친노 인사 9명이 물러나며 남긴 말이다. 쉽지 않은 헌신에 고마운 충정이다. 이들의 가상한 뜻이 헛되지 않으려면 민주통합당은 그야말로 도도한 혁신의 프로세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민주당과 관련해 세 가지 ‘불가(不可) 테제’가 있다. 첫째, 민주당만으로는 안 된다. 어떤 계산을 하든지 어쨌든 민주당의 힘만으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 싫든 좋든 인정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둘째, 민주당 빼고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존재를 무시하고, 역할을 배제하고선 정권교체든 새 정치든 불가능하다. 셋째, 민주당 이대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지금의 낡고 후진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민주당 혼자서나 민주당을 빼고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연대나 단일화의 과제가 도출된다. 지금 이대로의 민주당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에 혁신의 과제가 제기된다. 단일화와 혁신은 동전의 양면이다. 혁신이 없어 당 밖에 대안후보가 등장했고, 그의 존재로 인해 단일화는 불가피하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혁신 부재로 제3의 후보가 나타났으니 먼저 혁신해야 다시 합쳐질 명분이 생긴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혁신은 이른바 ‘친노 프레임’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정하거나 폄훼하자는 게 아니다. 또 친노 세력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것도 아니다. 권력투쟁은 더더욱 아니다. 그 참뜻은 친노 프레임으로 불리는 현재의 당내 질서가 민주당 혁신, 야권 연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노 프레임의 핵심은 이해찬-박지원 대표 체제와 참여정부의 인적·정책적 패러다임의 답습이다.

역설적이게도 친노 프레임을 극복해야 노무현 정신과 가치를 온전하게 구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시급하다. 먼저, 이해찬-박지원 체제를 혁파해야 한다. 변화의 상징성에서도 그렇지만 민주당에 대한 ‘오래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3등으로 고착되는 것만으로도 이-박 체제는 한계를 드러냈다. 두 대표의 퇴진 여부가 민주당이 혁신할 것인지 이대로 버틸 것인지를 판별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구심이 된 문재인 후보의 리더십을 살릴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2010년 이후 복지를 내걸었다. 경제민주화도 주창하고 있다. 스스로 내건 그 과제를 책임질 사람들이 지금 민주당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몇 사람이 있긴 하나 명실공히 책임있는 주체로서 활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곧 문재인 후보가 내건 공약이나 정책을 끌어갈 당내 동반세력이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 후보는 시대를 함께 경영하고, 국정을 더불어 운영할 신주체세력을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한다.

문 후보는 노무현 시대의 잘잘못을 털고 가야 한다. 참여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바꿔놓지 못한 책임을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어른이 되려면 마음에서 아버지를 ‘죽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누군가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음 정부가 ‘노무현 정부 제2기’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정치적 아버지인 노무현으로부터 독립하는 건 필수적이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서 정체성을 되찾았다. 작은 동아리의 후보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움켜쥐는 국민후보가 됨으로써 마침내 승리할 수 있었다. 지금 문 후보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서운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문 후보가 자신의 이름으로, 스스로의 리더십으로 세상 바꾸기를 감당할 수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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