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기념관이 있는 서울 효창공원의 애초 이름은 효창원(孝昌園)이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아들 문효세자와 그의 생모 의빈 성씨를 이곳에 묻는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옮기기 위해 15년 넘게 풍수지리를 공부했고 그 내용을 <홍재전서>에 적기도 했는데, 그런 안목을 바탕으로 이곳을 명당으로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1894년 일본군이 주둔하면서부터 효창원은 훼손되기 시작했고, 1924년에 일제는 아예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어버렸다. 문효세자와 의빈 성씨의 무덤도 모두 서삼릉으로 옮겼다.
이 자리를 다시 주목한 이가 백범 김구 선생이다. 해방과 함께 백범은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일본에서 모셔와 문효세자의 옛 무덤 터에 안장했고, 뒤이어 이동녕·차리석·조성환 선생의 유해도 의빈 성씨의 무덤 터에 모셨다. 백범 자신도 1949년 암살된 뒤 이곳 북서쪽 능선에 묻힌다.
1959년 6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한국의 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유치가 확정되자 효창공원에 축구장을 짓도록 지시했다. 서울의 많고 많은 땅을 놓아두고 굳이 그곳에 경기장을 지으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백범이 죽어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못마땅해서였다. 이승만 정권은 유족과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백범 묘소를 외곽으로 옮기지는 못했으나 묘소 바로 코앞에 효창운동장을 지었다. 박정희 정권 역시 한때 애국지사 묘소들을 서오릉으로 옮기고 이곳에 골프장을 지으려 했다. 북한반공투사 위령탑과 육영수 경로송덕비 등 갖가지 이질적인 기념비와 시설물들이 세워진 것도 그 시절이다.
문재인-안철수 두 대선 후보가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 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승만-박정희 계보를 잇는 정치세력과의 한판 승부의 첫발을 백범의 얼이 깃든 곳에서 내디딘 점이 상징적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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