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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오바마와 ‘멋진 2인3각’을 / 김보근

등록 2012-11-14 19:19수정 2013-05-16 16:27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미국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를 그야말로 ‘절박함’ 속에서 지켜봤다. 올해 미국 대선 얘기가 아니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11월 이야기다. 두 후보 모두 선거인단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플로리다주 개표가 수작업 재검표까지 가는 혼전을 벌이고 있었다. 남의 나라 선거였지만, 고어가 승리했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했다. 무엇보다 한반도 정책에서 그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멋진 2인3각’을 이어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 멋진 2인3각 경기를 보는 듯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클린턴은 같은 해 10월12일 북한의 조명록 차수를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으로 불러 ‘북-미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다. 이 코뮈니케에서 북·미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이 21세기에 두 나라 인민들에게 다 같이 이익이 되는 동시에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안전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강한 화해 의지를 보였다. 이어 10월23일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부통령이던 고어가 승리해 김대중 대통령과 ‘멋진 2인3각’을 이어갔다면 북-미 관계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는 한달간의 법정공방까지 거친 끝에 공화당 부시 후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우리 민족이 참 운이 없구나”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실제로 그 뒤 한-미 간에 적어도 대북정책에서 멋진 2인3각은 존재하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과 계속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미국은 2008년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관계에서 많이 등장했던 말은 ‘발목잡기’였다. 오바마는 애초 기대와는 달리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이었다. 물론 북한 문제가 이라크 전쟁 등 다른 현안에 밀린 탓도 있지만, “남북관계보다 북-미 관계가 앞서가서는 안 된다”며 발목을 잡았던 이명박 정부의 태도도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지난 12년 동안 한·미 두 나라가 대북정책에서 ‘멋진 2인3각’을 이루지 못하면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한반도의 민중이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북-미 관계가 지금보다 개선됐다면 더 폭넓은 개혁개방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적대관계의 지속은 북한이 개혁개방 쪽으로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게 하는 주요 외부요인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은 한·미가 다시 대북정책에서 ‘멋진 2인3각’을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물론 지난 12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미의 ‘잘못된 2인3각’의 결과라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이조차도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 ‘멋진 2인3각’을 복원하는 데에서 해결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마침 한국 대선에 나온 주요 후보들이 모두 이명박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대화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2기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을 한반도의 미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이끌어나가는 것은 결국 12월에 선출될 한국 대통령의 몫이다. 이제 한국 대선의 결과를 숨죽이고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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