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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공동정부라는 카드 / 김규원

등록 2012-12-02 19:26

김규원 정치부 기자
김규원 정치부 기자
수렁에 빠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예비후보의 연대 방안과 관련해 문 후보가 단일화 전 공언한 공동정부를 다시 추진할 수는 없을까? 문 후보는 공동정부뿐 아니라, 책임총리에게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주겠다고 했고,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도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총리 카드는 실제로 추진될지 미지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조합이다.

이 카드가 매력적인 첫번째 이유는 문재인과 안철수라는 이 시대의 대표적 정치인들의 역량을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문 후보의 집권 경험과 도덕성, 안 후보의 정치 개혁 의지와 기업 경험을 모두 다음 정부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문-안 공동정부라는 전망은 아노미 상태인 안철수 지지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고, 대선 승리 가능성도 당연히 더 높일 것이다.

둘째로 이 카드는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두 후보가 단일화 전 어슷비슷한 지지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집권하는 경우 동등한 권한을 갖는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일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지지율의 관점에서 보면, 안 후보의 위상은 1997년 선거 뒤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김종필 총리보다 훨씬 높아 보인다. 미리 권한과 책임을 적절히 나눈다면 두 사람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부를 운영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결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의 시뮬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

셋째로 두 사람의 공동정부 카드는 안 후보가 제기한 정치 개혁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도 효율적일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 안 후보의 정치 개혁 아이디어는 구태 정치에 신물이 난 시민 다수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앞으로 정치 개혁의 땔감이 될, 넉넉한 힘을 갖고 있다. 다만 그 내용과 방안에 대해서는 문 후보와 민주당의 현실 정치 경험, 학자와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안 후보의 입장에서 보면, 총리직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위한 준비와 훈련 과정으로 나쁘지 않다. 앞으로 안 후보의 정치 일정으로 새 정당을 만들거나 민주당에 들어가거나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보다 공동정부의 총리가 돼서 대통령과 함께 국가를 운영하는 경험이 다음 대통령 후보로서 더 나을 수도 있다. 서울시장이 다음 대통령 후보 1순위인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도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4년 동안 일한 뒤 다시 다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문-안 공동정부 카드에도 문제점은 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대통령과 총리로 집권한 뒤 심각한 갈등 상황에 놓이면 이를 조정할 법·제도적 장치가 없다. 극단적인 경우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하거나 총리 스스로 떠나야 한다. 물론 미리 공동정부 구성·운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나, 이것을 강제하는 것은 두 사람의 신뢰일 뿐이다.

둘째, 두 사람이 집권해서 대통령과 총리로서 5년 내내 한배를 타더라도 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낮으면 다음 대통령 후보로서 안 후보의 잠재적 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 차라리 안 후보로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처럼 정부의 중책을 맡지 않고 있다가 막판에 구원투수로 ‘짠’ 하고 등장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밖에 두 사람이 동향이라는 사실을 문제점으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문-안 공동정부 카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마도 당사자인 두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얼마간 잃었다는 점일 것이다.

김규원 정치부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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