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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누드 프로젝트 / 구본권

등록 2012-12-11 19:21

1972년 대선 때 상대를 불법도청하려던 음모가 드러나 닉슨 대통령이 물러난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 정치의 분수령이다. 대통령을 처음 중도하차시켰고 결함투성이의 정보자유법을 개정해 투명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정부 문서의 비공개 요건은 제한됐고 자의적 비공개 시에는 연방공무원이 처벌받도록 바뀌었다. 국내에도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이 1996년 제정됐지만 정작 중요문서는 공개가 거부되기 일쑤다.

472년간 25대 임금의 통치를 담은 <조선왕조실록>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조선이 문화국가이자 기록문화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관은 어전의 모든 회의를 지켜보고 기록을 남겼지만, 절대권력 임금조차 살아서는 자신에 관한 기록을 볼 수 없었다. <실록>은 조선왕조를 500여년 지탱한 동력으로 거론된다. 통치 내용이 낱낱이 기록되어 훗날 공개된다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게 <실록>의 존재 의의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최고인 연평균 165만건의 통치기록을 남겨, 기록문화 중흥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선 연평균 20만건으로, 직전 정부의 8분의 1로 줄어들었다. 청와대 조직이 민간인 불법사찰을 하고 그 기록을 복구 불가능하게 ‘디가우싱’ 한 게 드러났을 정도이니 기록문화 선진국이라던 자부는 무참해졌다.

서울시는 6일 세빛둥둥섬, 서해뱃길, 파이시티, 지하철 9호선 등 논란이 컸던 서울시의 7개 사업의 문서 1090건(1만2000쪽)을 누리집에 공개했다.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결과, 녹취록 등 민감 내용도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패와 부조리는 비공개와 비밀주의의 온상에서 자란다”며 ‘누드 프로젝트’로 이름붙인 기록 공개다. 박 시장은 내년엔 국장 결재문서, 2014년엔 과장 결재문서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빛난 시도가 중앙정부와 다른 시도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구본권 온라인에디터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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