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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아베의 계보 / 오태규

등록 2012-12-17 19:16수정 2012-12-17 21:25

새 일본 총리로 등판할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전혀 ‘새 총리’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이미 2006년 9월부터 1년간 총리를 지냈다. 당시 그가 총리가 된 가장 큰 이유는 북한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한 초강경론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매파 정책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는 1년 만에 도망치듯 자리를 내놨다.

그가 이번에 재등판한 데도 한-일, 한-중 간 역사·영토 갈등에서 촉발된 일본 안의 국수주의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식민지 침략에 대한 사과를 담은 고노 및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을 공언하고 있다.

아베는 원래 ‘뼛속까지 극우’인 정치 가문의 후예다. 자민당 파벌 중 가장 우파인 기시 파벌을 만든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그의 외조부다.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가 작은외조부이고, 아버지는 외상을 역임한 아베 신타로다. 사토는 좀 성향이 달랐지만, 기시와 아베 신타로는 모두 친미·탈아시아, 중국 봉쇄, 침략역사 부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국·대만 로비스트’ 인맥의 중심인물이었다.

특히, 기시는 옛 만주국의 ‘그림자 총리’로 통했고 2차대전 후 A급 전범으로 수감된 바 있다. 그는 총리 때인 60년 미국 주도의 냉전체제에 가담하는 방향으로 미-일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 학생·시민이 주도하는 대규모 안보투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점에서 아베는 기시의 유전자를 가장 많이 이어받았다. 기시는 같은 만주국 경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롤 모델’이자 멘토로도 유명하다.

기시의 외손자 아베는 이미 복권에 성공했다. 박정희의 딸은 심판을 앞두고 있다. 제2의 ‘박정희-기시 시대’를 용인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나라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오태규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 @ohtak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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