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은 지하경제 양성화로 연간 1조6000억원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한다. 고소득 자영업자와 대기업 탈루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걷겠다는 1조4000억원을 능가하는 금액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부자증세 해봐야 몇 푼 안 된다’며 지하경제를 과녁으로 삼고 있다.
지하경제란 국가의 공식적인 국내총생산 측정 과정에서 보고되지 않거나 불법으로 이뤄지는 경제행위를 뜻한다. 밀수, 매매춘, 마약, 투기, 뇌물수수 등 범죄적 경제행위뿐 아니라 조세회피, 탈세 등 세무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누락소득까지 이 범주에 들어간다. 지하경제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그에 따라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오스트리아 린츠대(요하네스케플러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가 발표한 자료로는 우리나라 지하경제가 국내총생산의 27.6%로 미국(7.9%) 일본(8.8%) 영국(10.3) 등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현금 사용이 많고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데다 고소득층의 납세 의식이 낮은 탓이다. 하지만 조세연구원은 금융거래와 세원의 투명화로 지하경제는 2010년 전체 국내총생산의 17~19%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세 탈루 규모로만 좁혀서 따지면 국내총생산 대비 5% 미만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지하경제는 사회를 병들게 하기 때문에 양성화하는 게 당연하다. 경제위기로 선진국도 지하경제에 대한 과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6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그림자 금융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양성화 구호가 나왔지만 실제로 얼마의 돈이 빛을 봤다는 통계를 본 적은 없다. 지하경제가 가장 큰 경쟁교란 행위자인 재벌과 권력층에 대한 주의를 흩트리는 레토릭(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영무 논설위원 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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