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4국 세습체제의 주역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중국의 시진핑 부주석, 일본의 아베 총리.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동북아 세습체제, 대결의 시대 여는가
동북아 세습체제, 대결의 시대 여는가
냉전의 아들딸로 4국 지도부 교체
일본의 우경화가 최대 변수일 듯 지난주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배출로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동북아 지역의 국가 지도부 교체가 모두 마무리됐다. ‘동북아 세습체제’라고 감히 부를 수 있는 구조이다. 동북아는 2차대전 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개발과 사회변화를 보여줬던 지역이다. 그런 동북아가 과거 냉전체제를 절정으로 이끌던 전직 지도자들의 후손들로 한꺼번에 지도부를 교체한 것은 앞으로 이 지역에 몰아칠 긴장과 대결을 예고한다. 유신체제를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당선인이 출현한 한국, 3대 세습을 한 북한, 일본 자민당 체제를 만든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 아베 신조가 총리로 복귀한 일본, 혁명 원로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로 중국 ‘태자당’의 대표 인물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기시가 만주국을 사실상 설계했고, 박정희는 다카키 마사오란 이름으로 만주군에서 복무했으며, 김일성은 일제와 만주국 괴뢰정권을 상대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점을 들어 동아시아에 만주국 시절의 대립구도가 부활했다”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적한다. 만주국은 동아시아 전체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는 출발점이었다. 2차대전 뒤에도 중국·소련·북한 대 미국·일본·한국이 대결한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토양이었다. 만주국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기시·박정희·김일성 등은 60~70년대 동아시아 냉전체제 절정기의 주역으로 복무하며, 현재 각국 체제의 기초를 닦은 인물들이다. 과거 유력 지도자의 후손들이 대물림하며 지도자로 오른 것은 동북아 4국이 이제 완강한 기득권 체제로 복귀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동북아 4국은 1980년대부터 냉전체제 탈피와 국내개혁에 몸부림쳐왔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개혁개방 노선을 추구했다. 일본은 1993년 자민당 장기집권체제가 붕괴되어 처음으로 비자민당 연립정권이 들어서고, 2009년에는 민주당 단독정권이 성립하기도 했다. 한국은 1980년대 이후 폭발적인 민주화운동으로 결국 1997년 이후 10년간의 자유주의적 정부가 들어서기도 했다. 북한 역시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 생존을 위해 핵개발에 나서면서도, 남한과의 화해와 미·일과의 국교정상화, 개혁개방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은 이제 극심한 빈부격차와 특권계층을 양산한 공산당 기득권 체제로 굳어졌다. 일본에서 자민당 체제 탈각 시도의 지리멸렬함은 극우 민족주의 정서만을 부르면서 ‘도로 자민당 체제’로 돌아갔다. 자민당내에서도 최강경 우파인 아베의 총리 취임에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의 극우세력이 만든 일본유신회가 이번 총선에 3당으로 가세한 형국이다. 일본이 원조 유신체제로 복귀하고 있다는 말까지도 나온다. 한국에서도 10년간 자유주의 정권의 취약함과 이른바 보수실용 정권이라는 이명박 정권의 참담한 실패는 유신체제의 공주를 여왕으로 불러냈다. 북한에서도 남한과의 화해와 미·일과의 국교정상화 실패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핵개발로 이어졌다. 이 동북아 세습체제는 과거 60~70년대 때 북·중·소 대 한·미·일의 냉전 대결구도에 더해 각 진영 내의 갈등도 내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은 한·미·일의 연대와 동맹을 굳히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일본의 우경화는 그 과정에서 최대 변수이다.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등 중국과의 갈등에 당장 올인할 수 없는 일본으로서는 국내의 우익 민족주의 정서 달래기용으로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한국에 입국하려던 자민당 극우파 의원들인 신도 요시타카가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는 행정개혁상, 사토 마사히사는 방위성 정무관에 임명됐다. 아베가 자신들의 우경화 노선을 어디로 조준하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중국과의 센카쿠열도 분쟁 때도 일본은 독도 분쟁 쪽으로 극우세력들의 분노를 돌렸다.
일본 자민당 정권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아베 정권은 참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회복할 때까지 대외적인 도발을 자제하면서도 국내 우익세력들을 달래야 하는 모순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동북아 세습체제의 주인공들은 7월 일본의 참의원 선거 때까지의 시험기간을 거친 뒤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일본의 우경화가 최대 변수일 듯 지난주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배출로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동북아 지역의 국가 지도부 교체가 모두 마무리됐다. ‘동북아 세습체제’라고 감히 부를 수 있는 구조이다. 동북아는 2차대전 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개발과 사회변화를 보여줬던 지역이다. 그런 동북아가 과거 냉전체제를 절정으로 이끌던 전직 지도자들의 후손들로 한꺼번에 지도부를 교체한 것은 앞으로 이 지역에 몰아칠 긴장과 대결을 예고한다. 유신체제를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당선인이 출현한 한국, 3대 세습을 한 북한, 일본 자민당 체제를 만든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 아베 신조가 총리로 복귀한 일본, 혁명 원로 시중쉰 전 부총리의 아들로 중국 ‘태자당’의 대표 인물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 “기시가 만주국을 사실상 설계했고, 박정희는 다카키 마사오란 이름으로 만주군에서 복무했으며, 김일성은 일제와 만주국 괴뢰정권을 상대로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점을 들어 동아시아에 만주국 시절의 대립구도가 부활했다”고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적한다. 만주국은 동아시아 전체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는 출발점이었다. 2차대전 뒤에도 중국·소련·북한 대 미국·일본·한국이 대결한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토양이었다. 만주국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기시·박정희·김일성 등은 60~70년대 동아시아 냉전체제 절정기의 주역으로 복무하며, 현재 각국 체제의 기초를 닦은 인물들이다. 과거 유력 지도자의 후손들이 대물림하며 지도자로 오른 것은 동북아 4국이 이제 완강한 기득권 체제로 복귀했음을 뜻하기도 한다. 동북아 4국은 1980년대부터 냉전체제 탈피와 국내개혁에 몸부림쳐왔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개혁개방 노선을 추구했다. 일본은 1993년 자민당 장기집권체제가 붕괴되어 처음으로 비자민당 연립정권이 들어서고, 2009년에는 민주당 단독정권이 성립하기도 했다. 한국은 1980년대 이후 폭발적인 민주화운동으로 결국 1997년 이후 10년간의 자유주의적 정부가 들어서기도 했다. 북한 역시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 생존을 위해 핵개발에 나서면서도, 남한과의 화해와 미·일과의 국교정상화, 개혁개방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은 이제 극심한 빈부격차와 특권계층을 양산한 공산당 기득권 체제로 굳어졌다. 일본에서 자민당 체제 탈각 시도의 지리멸렬함은 극우 민족주의 정서만을 부르면서 ‘도로 자민당 체제’로 돌아갔다. 자민당내에서도 최강경 우파인 아베의 총리 취임에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의 극우세력이 만든 일본유신회가 이번 총선에 3당으로 가세한 형국이다. 일본이 원조 유신체제로 복귀하고 있다는 말까지도 나온다. 한국에서도 10년간 자유주의 정권의 취약함과 이른바 보수실용 정권이라는 이명박 정권의 참담한 실패는 유신체제의 공주를 여왕으로 불러냈다. 북한에서도 남한과의 화해와 미·일과의 국교정상화 실패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핵개발로 이어졌다. 이 동북아 세습체제는 과거 60~70년대 때 북·중·소 대 한·미·일의 냉전 대결구도에 더해 각 진영 내의 갈등도 내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아시아로의 귀환’ 정책은 한·미·일의 연대와 동맹을 굳히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일본의 우경화는 그 과정에서 최대 변수이다.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등 중국과의 갈등에 당장 올인할 수 없는 일본으로서는 국내의 우익 민족주의 정서 달래기용으로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한국에 입국하려던 자민당 극우파 의원들인 신도 요시타카가 총무상, 이나다 도모미는 행정개혁상, 사토 마사히사는 방위성 정무관에 임명됐다. 아베가 자신들의 우경화 노선을 어디로 조준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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