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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광개토왕의 선물 / 노형석

등록 2013-01-28 19:23

내년이면 건립 1600돌을 맞는 기념비가 우리 역사에 건재한다. 중국 지린성 지안에 있는 광개토왕(374~413) 비석이다. 높이 6m 넘는 덩치에, 왕의 정복 활동 등을 담은 1700자 넘는 글자 명문들을 4면 가득 새겨넣었다. 4~5세기 동아시아 정세를 두루 알려주는 금쪽같은 사료다.

1870년대 청 관리들이 발견한 비석의 역사성을 처음 캐내고 전파한 건 만주를 정탐했던 일본 육군 정보원들이었다. ‘신묘년’ 연호로 시작된 비석 명문을 4세기 왜군이 바다 건너 백제·신라를 치고 신민으로 삼았다고 풀이하고는, 한반도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해 지배한 근거라고 선전했다. 국내 학계는 1930년대부터 이를 강하게 반박했고, 70년대엔 비문 조작설까지 나왔다. 기실 장수왕이 비석을 만든 현실적 이유는 ‘수묘제’(守墓制), 곧 부왕 광개토왕을 비롯한 선왕들 무덤을 잘 지키고 관리하는 법도를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무덤지기 ‘연호’(煙戶)의 신분 보장과 수 등에 대한 대목을 마지막에 기록한 것도 그런 까닭인데, 신묘년 기사 논란에 뒤덮여 이런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 7월 지안에서 광개토왕비와 비슷한 내용의 고구려 비석이 발견됐다고 새해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역시 수묘제 관련 내용을 담았지만, 강가에서 사철 제사를 지낸다거나, 묘지기 수 등 새로운 내용들이 보인다. 광개토왕이 후대 남긴 선물로 보고 싶다는 촌평과 함께 광개토왕 비문의 형성과정 등을 좀더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한국고대사학회가 오늘(29일) 고구려 비석 검토회의를 연다. 회의 내용은 물론 장소까지 비공개로 하고, 30일 검토 내용을 밝히겠다고 한다. 아직 중국 쪽 비석 실물을 못 본 만큼 뒷면 글자 판독 등 사실 확인에 우선 충실해야 할 듯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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